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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변호사 50㎞ 떨어진 인천서 날아든 낭보…‘우승당한’ LG, 짜릿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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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10-06 06:30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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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변호사 정규시즌 144경기를 전부 치르고도 웃을 수 없었다. 우승 확정을 남겨뒀던 LG는 3연패를 당하며 자력 우승에 실패했다. ‘추격자’ 한화의 잔여 경기 결과에 따라 최악의 상황에서는 ‘정규시즌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까지 치를 경우의 수가 생겼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이 벌어졌다. 50㎞ 떨어진 인천에서 잠실로 우승이 날아들었다. 시즌 최종전 패배 이후 패색에 젖었던 잠실야구장은 한 시간 만에 축제 분위기가 됐다.
LG는 1일 2025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인 NC전에서 3-7로 패배해 자력 우승 기회를 놓쳤으나, 같은 날 2위 한화가 SSG에 9회말 2사후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며 LG의 우승 매직넘버 1이 사라졌다.
우승 확정 직전까지만 해도 LG는 승운을 소진한 듯 보였다. LG는 시즌 최종전인 이날 승리하거나 무승부를 기록하면 자력으로 우승 축포를 터트릴 수 있었다. 또는 2위 한화가 인천 SSG전에서 지거나 비겨도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점점 꼬였다. 외국인 투수 치리노스를 선발로, 선발 자원 손주영을 불펜으로 내보내며 총력전을 펼치고도, 불펜투수들로 버티는 NC에 3-7로 졌다.
인천에서도 1-2로 뒤진 한화가 7회초 4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LG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그러나 LG 팬들은 경기 종료 후에도 1시간 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비 때문에 경기 시작이 1시간 늦어진 인천 경기 결과를 끝까지 지켜봤다. 한화가 5-2로 리드한 9회말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상황에서도 자리를 지키는 팬들이 많았다.
LG 팬들의 염원이 통한 걸까.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SSG 대타 류효승의 중전안타에 이어 대타 현원회의 좌월 투런홈런이 터졌다. 2020년에 입단한 현원회의 개인 첫 홈런이었다. 공 2개로 아웃카운트 2개를 채운 한화 마무리 김서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SSG의 후속 타자 정준재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이어 이율예가 볼카운트 1B-1S에서 김서현이 한가운데로 던진 실투를 걷어올려 좌월 끝내기 투런포로 연결했다. 올해 신인으로 단 6경기에 출전한 이율예의 시즌 2호 홈런이었다.
SSG 끝내기 홈런의 순간, SSG 랜더스필드보다 잠실구장이 더 들썩였다.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잠실을 덮었다. LG가 ‘우승당한’ 순간이었다.
LG 선수단은 2년 전 부산 원정경기를 가는 버스 안에서 우승을 맞이했다. 올해는 ‘라커룸 우승’이다. 선수들은 우승이 확정된 순간 라커룸을 박차고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염경엽 LG 감독도 감독실에서 TV 중계로 인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염 감독은 “9회말에 홈런 하나가 나온 후에 볼넷이 나오길래 ‘(홈런) 하나 또 나오는 거 아닌가’ 했는데 바로 치더라”라며 “(이율예의) 스윙 자체에 펀치가 있길래 직구가 가운데에 몰리면 홈런이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경기를 봤다. 9회 등판한 김서현이 두 타자를 연속 땅볼 아웃시킬 때까지만 해도 체념하는 분위기였다. 주장 박해민은 “2아웃이 되자 선수들이 한두 명씩 나가기 시작했다. 저도 다 같이 보다가 2아웃이 돼서 집에 가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뒷좌석에서 경기를 보던 아내가 ‘넘어갔어, 차 돌려’ 해서 돌아왔다”며 “(뉴욕 양키스 레전드) 요기 베라가 괜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한 게 아닌 것 같다”며 유쾌하게 말했다.
타이브레이커까지 생각했던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하며 우승 감격이 더 컸다. 염 감독은 “타이브레이커에 가도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심경을 돌이켰다. 삼성 소속이던 2021년 KT와의 타이브레이커를 경험해 본 박해민은 “타이브레이커의 부담감을 이겨내는 게 쉽지 않은데 그 부담감을 지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아찔하게 우승한 LG는 이제 한국시리즈 준비에 돌입한다. 2일부터 사흘간 휴식한 뒤 합숙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염 감독은 “1차 목표가 끝났으니 2023년 통합우승을 재현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37년 전 이맘때 펼쳐진 서울 올림픽의 어느 희한한 광경이 요사이 불현듯 떠올랐다. 때는 1988년 9월28일 잠실체육관 농구경기장. 남자농구 준결승전에서 마침내 미국과 소련이 맞붙었다. 82 대 76으로 소련의 승리.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었다. 마치 사전에 짜기라도 한 듯, 소련기까지 든 관중은 ‘적국’ 소련을 더 응원했다. 미국 선수들 플레이에는 야유도 퍼부었다. 냉전에 길들여져온 한국민들에겐 가히 ‘집단적 충격’이었다.
관중이 ‘반미’로 돌변한 이유가 뭘까. 미국의 고압적 자세에 대한 묵은 불만 위에 한국 시장 개방 압박 등의 정치·경제적 백그라운드가 깔려 있었던 것 같다. 서울 올림픽은 수십년 얼어붙은 친미·반소 냉전 구도에 균열을 가져온 극적 이벤트가 되고 말았다.
도널드 트럼프 치하의 조지아 구금 사태는 관세협상을 노린 도발이겠지만, 분명히 ‘도’를 넘었다. 일제 때나 나왔을 법한 쇠사슬로 손발을 결박한 행태는 집단 트라우마로서 한·미관계 역사에 아로새겨질 것이다.
우린 이제 ‘어제 같은 친구’가 될 순 없다. 도널드 선생의 바람대로 그냥 거래관계일 뿐.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의 참도를 모르는 장사치 리더에게 예의는 사치다.
도널드의 무도(無道)함은 88올림픽의 추억을 되살려냈다. 미 문화원 점거(1985년 5월) 같은 역사조차 모른 채 자란 MZ세대에게 반미의식을 기어코 심어주지 마라.수십년간 치를 대가는 관세의 몇곱절이 될 것이다.
지난 반세기 미국의 강건함은 어디서 비롯됐는가. 단지 군사력에 의존해서가 아니다. 보편적 합리성에 기반한 민주주의와, 구시대 질서에 도전한 히피나 팝·록의 자유와 저항정신이 그 뿌리 아닌가.
이번 ‘도널드의 발버둥’은 미국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 내보인 극적인 장면이다. 최전성기의 정점을 찍고 미국이 내리막길로 들어섰다는 전문가 평가들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미국이 여유가 없고, 다급해져 저렇게 무리수를 둔 게 아닐까.
그동안 막대한 빚(국채)을 떠넘겨서, 달러를 찍어대서, 무력으로 겁박해서 값싸게 소비하며 향유해온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최근 금값 급등세도 이런 배경에서다. 달러 지위를 지키려고 스테이블 코인 같은 꼼수도 부려보지만, ‘카드 돌려막기’는 한계가 있다. 역사의 물줄기를 거스르긴 힘들 테다.
1997년 병장 때인 어느 날, K-16 숙소 복도에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흑인 이등병과 마주쳤다. 그가 순간 “비켜!”라고 소리치더니 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며 “F~”까지 날렸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아냈다. 그날부터 난 그자의 문제 삼을 만한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기록했다. 그러고는 얼마 뒤 아침 점호에 대대 특무상사(CSM)에게 서류로 정리해 보고했다. 그 이등병은 부대원 앞에서 공개 비판을 받았다. 이후 그가 내 눈도 맞추지 못하고 피해 다니던 기억이 난다.
미국인을 상대할 때는 절대로 감정에 휘둘려선 안 된다. 아둔한 자국민들로도 미합중국이 굴러가는 건 철저한 ‘FM사회’인 덕이다. 우선 구금 사태가 왜, 어떤 점에서 문제였는지부터 규정을 끝까지 따져들어 세게 나가야 한다. 트럼프 같은 이들의 특성은 딱 약강강약(弱强强弱)이다. “3500억달러는 선불금”이라는 도널드의 말이 왜 얼토당토않은지 꼬치꼬치 짚는 건 기본이다.
트럼프 현상은 ‘문명의 대전환’을 암시하는 단초일 수 있다. 문해력 저하, 유아사망률 같은 인구 통계를 토대로 소련의 붕괴를 예측했던 프랑스의 역사인류학자 에마뉘엘 토드는 저서 <제국의 몰락>(2001)에서 ‘미국 체제의 해체’를 예고했다.
물론 금 보유량이나 반도체 설계력, 인공지능(AI) 기술력 등 미국의 힘은 아직 막강하다. 그러나 그 강건하던 로마제국도 비단 수입 등에 따른 중국과의 무역수지 적자 누적에 화폐가치 절하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종말을 맞고 말았다. 현재 미국 국가부채가 37조달러(약 5경1200조원)를 넘었다. 연간 이자만 약 1조달러로, 국방비보다 많다.
우리가 지금 당파 싸움에 정력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제일 경계해야 할 건 간, 쓸개 다 빼줄 듯 ‘아메리칸 파이’ 부르며, 성조기나 흔들어대는 짓들이다. 유럽, 중국, 인도, 일본 등 동태를 두루 살펴서 장차 유리한 고지를 짚어놔야 하겠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국제질서의 지각판 자체가 꿈틀대는 중이다. 옛말마따나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에 속지 말자.”
지금 믿을 건 우리 실력과 금뿐이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로운 나날이다. 종종거리며 거리를 걷는 이들의 표정이 어둡다. 세상 어디를 둘러보아도 느긋하고 한적한 평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먹고 살기 위해서, 남들에게 무시당하기 싫어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저마다 자기를 몰아댄다.
분주함이 신분의 상징이 된 시대다. 가속화하는 시간에 떠밀리며 살기에 늘 숨이 가쁘다. 회복 탄력성이 줄어들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낸다. 몸이 발하는 멈춤 신호 앞에서도 멈추지 못해 탈이 나곤 한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올라탄 이들은 좀처럼 멈추지 못한다. 멈추는 순간 누군가가 나를 추월할 거라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멈추지 못함의 부산물은 조급증이다.
히브리인들을 ‘애굽’의 노예살이에서 이끌어낸 신은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고 명령했다. 자기 통제권을 잃고 타자의 지시에 따라 살 수밖에 없었던 이들에게 주어진 이 명령은 몸과 마음에 깃든 타율성을 해독하는 과정이다. 깊은 바다에 머물던 잠수부들이 감압 장치에 들어가 체내에 녹아 있던 질소를 안전하게 배출하는 것처럼, 사람은 멈춤을 통해 자기를 회복한다. 유대인 철학자 아브라함 헤셸은 “사람들은 엿새 동안 힘써 일함으로 역사에 참여하고 이렛날을 성별함으로 역사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하던 일을 멈출 때 숨은 가지런해지고 밖으로 향했던 시선은 내면을 향한다. 분주함 속에서 잊고 살던 존재에 대한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누구이고,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뿌리와 지향을 바로 알 때 삶은 단순하고 가지런해진다.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올해도 장사진을 이루던 귀성 행렬을 볼 수 있을까? 고향은 그곳에 있음으로 우리를 잡아당긴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그것은 세상에서 부유하는 이들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울타리다. 하이데거는 고향 상실을 인간 실존의 근본적 정황으로 제시한 바 있다.
김준태 시인의 ‘강강술래’는 귀향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추석날 천릿길 고향에 내려가/ 너무 늙어 앞도 잘 보지 못하는/ 할머니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드린다/ 어느덧 산국화 냄새 나는 팔순 할머니/ 팔십 평생 행여 풀여치 하나 밟을세라/ 안절부절 허리 굽혀 살아오신 할머니/ …” 정경이 저절로 그려진다. 할머니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드리는 손자와 그에게 직수굿하게 몸을 맡긴 채 흐뭇한 시간을 누리는 할머니.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 따뜻한 접촉은 치유이고 사랑이 아닌가? 조락의 조짐이 보이지만 조심스레 걸어온 세월의 향기가 배어든 할머니의 시간을 시인은 ‘산국화 냄새’로 형상화하고 있다. 할머니 손톱과 발톱을 깎아주면서 시인은 오히려 자기 마음을 치유하고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향은 태어나서 자란 곳을 가리키지만 마음 둘 곳 또한 고향이 아닐까? 그 사람만 생각하면 적이 안심이 되고, 삶의 자세를 가다듬게 되는 사람이 있다. 이탈리아 작가인 프리모 레비는 젊은 시절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힌 채 절망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폭력 앞에서 그는 구타에 길들여진 짐승처럼 감각이 마비된 채 살았다. 빵 한 조각, 죽 한 모금이라도 더 먹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기도 했던 그가 인간다움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로렌초라는 사람 덕분이었다. 로렌초는 자기도 어려움 속에 있으면서 늘 남을 배려하고 돌보아주려고 했다. 자연스럽게 선행을 실천하는 그를 보며 레비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수용소 밖에 아직도 올바른 세상이, 부패하지 않고 야만적이지 않은, 증오와 두려움과는 무관한 세상이 존재할지 모른다고 믿을 수 있었다. 정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어떤 것, 선(善)의 희미한 가능성, 하지만 이것은 충분히 생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이것이 인간인가> 중에서)
선의 희미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람, 그 사람은 누군가에게는 마음 둘 곳, 곧 고향이 된 사람이 아닐까?
어지러운 세태 가운데서 마음 둘 곳을 잃어 바장이는 이들이 많다. 우리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고향이 될 수 있다면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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