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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촉물 광주 ‘그룹홈’ 10명 중 4명 치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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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11-03 04:19 조회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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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촉물 광주지역 ‘그룹홈’(아동청소년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 10명 중 4명은 장애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가진 ‘특수욕구아동’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호 아동의 절반 이상이 특수욕구아동인 그룹홈도 상당수여서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광주시의회의 ‘특수욕구아동 질적 양육 지원 포럼’ 자료를 보면 광주지역 그룹홈(35곳)에서 생활하는 아동 184명 중 78명(42.6%)이 특수욕구아동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욕구아동은 장애와 ADHD, 경계성 지능장애, 반응성 애착장애, 발달장애, 자해 및 공격성향 등의 문제로 개별적이고 집중적인 돌봄과 치료가 필요한 아동을 말한다. 그룹홈에서 머무는 아동의 대부분은 부모의 사망이나 이혼, 수감, 학대·방임 등 심각한 가정 해체를 경험한 바 있다.
특수욕구아동 78명 중 33명은 ADHD 진단을 받았고, 장애가 있는 아동은 23명이었다. 장애와 ADHD를 동시에 가진 아동은 5명이었다. 보호 아동의 절반 이상이 장애와 ADHD 진단을 받은 그룹홈도 7곳(20%)이나 됐다. 6명이 생활하는 한 그룹홈의 경우 4명이 ADHD 진단을 받았고, 1명은 장애가 있다. 4명이 생활하는 또 다른 곳도 2명은 장애, 1명은 ADHD 진단 아동이다.
특수욕구아동 비율이 증가하면서 그룹홈에서는 폭력과 자해, 극단적 갈등 등 예측 불가능한 위기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추세다. 이에 반해 그룹홈에서 발생하는 위기 상황의 70%는 즉각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홈에서 자체적으로 모든 문제를 감당하는 현 구조에서는 다른 아이들의 돌봄에까지 문제가 생기고, 보육사들의 이탈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상윤 광주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고문은 “가정환경에서 돌봄과 양육을 지향하는 그룹홈 운영 시스템이 붕괴 직전”이라면서 “특수욕구아동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정다은 광주시의원은 “복합적 정서·행동 문제를 지닌 아동 증가로 그룹홈은 이미 돌봄 한계에 다다랐다”며 “기존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시 차원의 ‘아동그룹홈 지원센터’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2·3 불법 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핵심 증언을 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30일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윤 전 대통령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넉 달 만에 재판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국회에 투입된 군이 “질서 유지와 시민 안전 확보 차원 아니었느냐”며 ‘경고성 계엄’ 주장을 반복하자 곽 전 사령관은 “질서 유지라는 말은 수긍할 수 없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가 이날 진행한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등 혐의 26차 공판에는 곽 전 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계엄 당일 특전사 부대원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출동시켰고, 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 해제 요구 의결안 가결을 막기 위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핵심 증인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10일 재구속된 이후 내란 재판에 건강상 이유 등을 들어 16회 연속 안 나오다 이날은 출석했다. 오전 10시15분 재판이 개정하자 짙은 남색 양복을 입고, 황토색 서류 봉투를 오른손에 들고 들어온 윤 전 대통령은 검찰의 증인 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턱을 괴고 증인 쪽을 바라보거나, 옆에 앉은 윤갑근 변호사와 귓속말을 속닥거리며 미소짓기도 했다.
검찰의 주신문이 약 5시간 만에 끝난 뒤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이 시작되자 윤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의 말을 끊고 나설만큼 적극적으로 신문에 참여했다. 곽 전 사령관을 향해 “국회라는 데가 어마어마하게 넓은데 그 당시 국회의사당 앞 마당에 70여명, 본관 건물 안으로 10여명이 들어갔다. 그때 사람들이 특전사한테 달려들어서 총을 뺏으려고 하고, 그래서 군인들이 폭행도 당하고 했다”면서 “현장에서 ‘민간인 충돌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으니까 특전사들이 그 상황에서 (진압하지 않고) 도망다니고, 멱살잡이해도 당하고만 있고 그런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거점 확보라는 것도 다 그 맥락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도 말했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그건 맥락이 다르다.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이 국회에 진입한 건 건물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아서 그런 것”이라고 반박했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1일 국군의날 행사 이후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5명이 모인 저녁 자리 이후 계엄과 관련된 상황을 짐작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피고인으로부터 ‘비상대권’ ‘특별한 조치’라는 말을 들었나”라는 질문에 “명확히 어느 시점이었는지는 특정하지 못하지만, 그런 내용의 얘기를 한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12월1일 국회, 중앙선관위, 더불어민주당 당사 등 6개 장소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김 전 장관에게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특히 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분명히 있었다고 재차 밝혔다. “윤 전 대통령과 계엄 이후 두 번 통화를 했는데, 이것도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 같다. 지금도 TV를 보면 생각나고 자면서도 생각이 난다”고 울먹거리며 말문을 연 그는 “대통령이 12월4일 0시 30분경 전화를 했을 때 TV를 통해 국회의사당과 의원들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그때 전화로 의결 정족수를 얘기하면서,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라도 끌어내라’는 지시를 분명히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그걸 어떻게 잊는가. 이게 시간이 간다고 잊히는 게 아니다. 숨긴다고 될 것도 아니고, 사실대로 정확히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사전에 계엄을 암시하는 얘기를 들었다면 상식적으로 계엄 주무 부서인 국방부 장관에게 규모나 구체적인 임무에 대해 물어야되는 게 아니냐”며 “이게 어떤 계엄인지, ‘정말 확 엎는 겁니까’ 이런 식으로 물어볼 궁금증이 안 생겼냐”고 했다. 당시 상황이 전시·교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명백한데, 군을 움직이는 특전사령관으로서 계엄 선포 목적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냐는 취지다.
그러자 곽 전 사령관은 “솔직히 제가 되묻고 싶은 부분”이라며 “평상시라면 될 상황도 아니고, 될 수도 없으니 김 전 장관에게 ‘안됩니다’ 하고 반대하는 과정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도 계속 관련 얘기가 나오길래 전방에 뭔가 다른 게 있나 하다가 결국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6개 장소 확보) 임무를 받았을 때도 시간이 충분했다면 토론 과정이 더 있었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며 “제 머릿속으로 인식만 했지 김 전 장관이 상세한 내용을 일절 말한 적도 없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혼밥 레벨’ 테스트가 돌았던 적이 있다. 집단이 기본값인 한국사회에서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행위가 처음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측정하는 일종의 놀이였다. 혼밥 레벨의 큰 틀은 대충 이렇다. 1단계는 편의점, 2단계는 학생식당이나 구내식당, 3단계는 패스트푸드. 단계가 올라갈수록 혼밥의 난도가 올라간다는 뜻이다. 분식집, 맛집을 거치면 7·8단계에는 패밀리 레스토랑과 고깃집, 횟집이 있다. 누구나 보는 순간 이해할 만큼 이 테스트는 특정 공간과 음식의 의미를 함축한다. 편의점이나 학생식당, 패스트푸드점은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는 곳이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공간과 음식에는 사회적 맥락이 추가된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고깃집, 횟집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곳이다. 교류가 이루어지고, 분위기나 규모가 중요하며, 음식은 최소 2~3인분 이상부터 판매한다. 그런 곳에서 혼자 밥을 먹는 행위는 어쩐지 중요한 사회적 관계로부터 이탈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는 혼자서도 당당하게 방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마저도 혼자서 2~3인분을 소화하는 건강과 경제력이 받쳐줄 때 가능하다. “돈 있어야 먹을 수 있고 혼자 먹기엔 서러운 음식, 고기.” 영화 <사람과 고기>의 공식 소개가 이렇게 시작하는 까닭이다.
10월7일 개봉한 <사람과 고기>는 빈곤한 노인들이 의기투합해 고기를 먹고 도망 다니는, 간결하고도 조금 짠한 이야기다. 장용, 박근형, 예수정이 출연했고 양종현 감독과 임나무 작가가 만들었다.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유지하는 형준(박근형)과 우식(장용)은 폐지를 두고 몸싸움을 벌이다가 길에서 채소를 파는 화진(예수정)의 좌판을 엎는다. 화가 난 화진이 벌컥 소리 지른다. “그러니까 늙은이들, 진상이다! 그러는 거 아니야!” 형준과 우식, 화진이 살아가는 오늘이 노인을 보는 시선은 차갑고 떨떠름하기만 하다. 특히 빈곤 노인이라는 존재는 사회가 애써 외면하는 구조적 모순과 불편한 감정을 자극한다. 2014년 국민연금공단에서 주최한 대학생 대상 공모전에서 최우수 당선작은 “65세 때, 어느 손잡이를 잡으시렵니까?”라는 문구와 함께 폐지 줍는 손수레와 여행용 가방을 대비시켰다. 그 밑에는 “품위 있는 제2의 인생 국민연금으로 시작하십시오”라는 문구가 있다. 이 광고는 즉각적인 비판을 받았지만, 최우수 당선작으로 선정됐다는 것은 그만큼 ‘나쁜 공감’을 샀다는 뜻이다. 한국은 노인의 노동참여율이 OECD 회원국 중 1위지만, 노인빈곤율도 1위다. 개인이 노력해서 대비한다고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본질을 은폐하는 방법은 언제나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저렇게 살지 않으려면”이라는 부정적 전제가 삶의 모든 과정을 통제한다. 엄연히 존재하는 삶은 공포와 혐오의 대상으로 타자화되고, 타자화는 정체성을 집어삼킨다. 빈곤 노인은 비참하거나 우울하고, 불쌍하고, 취향이나 욕망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람과 고기>에서 형준과 우식, 화진은 웃고 달린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거짓말하고, 농담한다. 폐지 손수레의 손잡이를 잡은 채로, 길거리 좌판에 앉은 채로.
영화의 초반에 싸움을 벌였던 형준과 우식은 화해한다. 형준의 집에 초대된 우식은 번듯한 양옥집과 가족사진을 보고 놀란다. 형준은 “집만 있고 수입 없고 자식놈들은 싸가지가 없어. 됐지?”라고 응수하는데, 자식이 있는데도 폐지를 줍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 이골이 났다. 외국에 나간 지 오래라 연락이 끊겼고 집은 자식 명의라 처분도 못한다. 우식은 독거 노인이다. 결혼하거나 가족을 이룬 적 없고, 고양이를 데리고 산다. 화진은 딸의 부부가 죽은 뒤 혼자 손자를 키우는데 손자는 종종 찾아와 돈만 뜯어갈 뿐이다. 빈곤 노인의 상황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형준의 집에 놀러온 우식은 커피를 마다하고, 밥 있냐고 묻는다. 기회가 닿을 때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절박함이 체면보다 먼저다. 형준과 우식은 식사다운 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소고기뭇국을 끓여 먹기로 한다. 화진에게서 무를 사며 국 끓이는 법을 묻던 형준이 화진을 초대하는 동안, 우식은 동네 정육점에서 소고기를 훔친다. 태연하고 뻔뻔스럽게.
세 사람은 화진이 끓인 소고기뭇국을 두고 둘러앉는다. 한국인에게 국물이란 밥상의 상징이자 이러니저러니 해도 영혼을 데우는 음식이다. 공간을 제공한 형준, 고기를 구해온 우식, 기술을 발휘한 화진. 세 사람이 힘을 보태니 비로소 따뜻한 국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함께 나누어 먹는 경험은 외로움과 정서적 허기까지 채운다. 우식은 진짜 고기를 먹어 보자며 형준과 화진을 고깃집으로 이끈다. 그런데, 기세 좋게 술까지 곁들여 고기를 먹어 치우고 나서 하는 말이 돈이 없단다. 얼굴이 노래진 형준과 화진은 우식의 지시에 따라 달아나고, 불같이 화를 내면서도 “맛있었지?”하는 우식의 질문에 반사적으로 “맛있었지!”하고 소리친다. 솔직히 재밌다. 원인이야 어떻든 심장이 뛰니까. 유튜버 박막례 선생님 가라사대, 나이가 들면 심장 뛰는 일은 부정맥뿐이다. 그러니 기대되고 재밌는 일을 만들어야 나이 들어서도 살맛이 난다고 하셨다. 막례 선생님은 계모임 같은 것을 추천했지만, <사람과 고기>의 세 사람은 고기 먹고 튀기를 선택한다. 식욕과 육식은 삶의 활력을 상징한다. 좋은 것을 먹고 싶다는 욕망은 원초적이고 인간적이다. 먹는 것과 떨어진다면 삶과 결별할 수밖에 없다. ‘살맛’이 ‘살맛 나는’ 경험이 되는 순간 삼인방의 생활에 윤기가 돌기 시작한다.
어느새 정기 모임이 된 무전취식에는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다. 이들은 장소를 꼼꼼하게 선정하고 들키지 않으려고 다양한 전략을 짠다. 옷이나 소품을 활용하고, 부부인 척 연기하거나, 담배 피우는 척을 한다. 새로운 일투성이다. 선불결제나 키오스크, 가게 내부 화장실 같은 변수와 맞닥뜨렸을 때 계획이 실패하는 것조차 요즘 말로 하면 도파민이 솟는 경험이다. 종업원과 추격전을 벌일 때, 불편한 다리로 토할 때까지 뛰면서 이들은 배가 찢어지게 웃는다. 무전취식으로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것은, 화진의 손자가 보이는 반응처럼 어이없거나 황당하기도 하다. 하지만 행위의 도덕적이거나 법적인 평가보다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다. 사람들이 뭐라고 욕하는지 보라는 손자의 말에 화진은 항변한다. “늙었으니까, 세상 사람들 불편하지 않게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있다가 그냥 죽으라구?” 빈곤한데, 빈곤하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박탈당하고 그래서 추해진다. 그런데 그마저 티내지 말라고 압박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민폐 끼치지 않으려면, 형준의 친구처럼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굶어 죽는 수밖에 없다. 삼인방은 빈곤 노인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하는 세계에서 착한 시체보다 불편하고 짜증 나는 노인네가 되기를 선택한다. 돈을 내지 않고 도망칠 때 비로소 세상은 그들을 유심히 보고, 법적 책임과 존엄성이 있는 한 명의 인간으로 취급한다. 판사가 삼인방에게 오만하게 읊는 판결문처럼, 지불의 의무 앞에서만 세 사람은 인격과 품위가 있는 어르신으로 둔갑한다. 젊은 고깃집 사장은 부도덕한 노인을 모욕하며, 떳떳하게 벌어먹는 자신과 노동의 신성함을 과시한다. 그 가게가 부모의 돈으로 차린 것이라는 사실은 품위와 도덕적 우위마저 계급적 특권으로 작동하는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다. 답답한 행정절차 때문에 분노한 형준이 난동을 부릴 때에도 그것이 노인 개인의 행실 문제로 보이듯이.
“언젠가 다 똑같은 고기가 될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영화.” 김철홍 평론가의 말이다. 사람과 고기를 나누는 경계는 사실 매우 희미하다. 누구도 노화와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해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로 기어이 패배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을 그려냈다면, <사람과 고기>는 나이가 들더라도 꺾이지 않는 삶에 대한 애정과 가난하더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기쁨을 이야기한다. 노인빈곤 문제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영화는 시종일관 농담을 던진다. 가난한 노인이지만 삼인방이 마냥 선량하거나 무해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매력적이다. 서로 과거사를 풀어놓을 때 이런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연기 인생 도합 160년이 넘는다는 홍보 카피에 걸맞게 박근형, 장용, 예수정은 영화의 얼굴에 생생한 주름과 표정을 새겨 놓았다. <사람과 고기>는 개봉 2주 만인 25일에 누적 관객수 2만명을 돌파했고, 관객들의 응원에 힙입어 3주차에 상영관이 늘어나는 ‘역주행’을 이루어냈다. 독립영화가 극악한 시간대에, 그것도 수도권 위주로만 상영되는 문제가 최근 다시 제기되었다. 작고 깊은 이야기들이 더 다양한 경로로 많은 관객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제목만 보고 뒷걸음질 쳤던 분들에게 외치고 싶다. 우리 <사람과 고기> 고어 영화 아닙니다. 겁먹지 말고 봐주시길.
<이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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