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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트럭매매 [신년 기획 - 에세이]절로 위대해지는 영혼은 없다 - 김홍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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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6-01-04 18:55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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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트럭매매 # 인생 딱 한 번
3년 전 필리핀 민다나오 밀림지대 원주민 지역에 가서 봉사 활동을 하며 울창하고 험준한 산길에서 신발 때문에 하도 고생을 해서, 그다음 해에는 아끼느라 신지 않고 보관해둔, 선물 받은 고급 신발을 신고 봉사 활동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산악지대에서 사흘 만에 탈이 났지요. 신발 바닥이 쩍 벌어져서 걸을 수 없게 되자 법륜 스님께서 끈을 구해 묶어주었지만 얼마 못 가 또 벌어졌습니다. 고급 신발이라도 오래 두면 접착제가 삭아서 신을 수 없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죠.
자, 묻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고급스럽고 오직 하나뿐인 게 누구일까요? 바로 알아차렸겠지요. ‘나 자신’입니다. 아끼지 말고 얼른 자꾸자꾸 나를 써먹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하는 저 자신은 자주 잘 써먹었을까요? 말은 참 잘합니다만 실제는 그냥저냥 대충 살던 대로 살고 있습니다.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사실은 제 입으로 한 말도 지키지 않는 거짓말쟁이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책방과 화장실에 ‘인생 딱 한 번, 잘 놀다 가지 않으면 불법’ 이렇게 써 붙여 놓고 읽을 때마다 스스로 거짓말 그만하고,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합니다.
# 마음으로 걸었을 뿐
베트남 출신 불교 지도자 틱낫한 스님을 따라 한여름에 ‘걸음 명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땡볕이 이글거려 저는 일회용 종이 모자를 쓴 채 스님 뒤를 따랐습니다. 모자도 쓰지 않은 민머리의 스님은 천천히 자박자박 걸었지만 저는 땅에서 솟는 열기와 머리를 후끈거리게 하는 햇볕 때문에 분심이 들어 마음을 다스릴 수가 없었습니다. 명상이 아니라 고통이었습니다. 사방이 막힌 방이나 나무 그늘에서 명상을 해봤고, 묵언 수행, 죽음 명상, 면벽 수행, 깨달음의 장에도 가봤지만 햇볕을 온몸으로 받는 ‘걸음 명상’은 참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득도한 스님을 어찌 저 같은 범인과 비교를 하랴만, 더운 나라 태생이라 하더라도 불화로를 이고 걷는 듯한데 어찌 명상을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여쭈었지요. 제가 견디기 어려웠던 정황을 말씀드리며 스님은 어떤 마음으로 명상을 하셨느냐고.
“선생은 몸으로 걸었고, 저는 마음으로 걸었을 뿐입니다.”
스님 말씀을 듣고, 집중하지 못하고 건성으로 살아온 제 삶을 되돌아보며 절을 올렸습니다. 마음은 우주만큼 크기도, 먼지보다 작기도 하다지요.
# 잘 노는 법
우리나라 기성세대는 거의 노는 법을 배운 적도 없고, 놀게 내버려 두지도 않았으며, 놀면 나쁜 사람 취급을 받던 시절이 꽤 길었습니다. 농경, 산악, 정착 국가였기에 생존 비법으로 죽자 사자 일만 하고 품앗이와 두레 정신으로 단련하며 살 수밖에 없었죠. 절대 빈곤의 식민지로 동족상잔의 참혹한 비극을 겪었고, 아직도 철조망에 가로막힌 섬나라 형상이지요. 삶이 절박하여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죽어지면 못 노나니…”라는 노래까지 생겼지요.
택시 기사의 푸념과 하소연에 가슴 시렸습니다. 젊어서부터 동대문시장에서 옷장사를 했는데 고생 끝에 65살에 가게를 정리하고 나서야 두 다리를 쭉 뻗고 쉴 수 있었답니다. 그러나 석 달도 안 되어 기가 빠지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온종일 무기력했답니다. 그제야 평생 뼈 빠지게 일만 하느라 노는 법을 몰랐다는 걸 알았답니다. 고심 끝에 택시 운전을 시작하니 불안, 무기력증, 불면증이 사라졌다네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어느 미술관 사진작가는 정년퇴직하면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을 작정을 했답니다. 그러나 퇴직하자 사진 작업이 귀찮고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고 온종일 나른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택시 운전을 하자 마음이 편안해져서 사진 찍기도 다시 시작했다고 합니다. ‘노는 법을 모르는 게 아주 큰 병’이라고 했지요.
우리 자녀들에게 잘 노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일할 때는 몰입하여 정진하고 놀 때는 신바람 나게 놀아야 세상살이가 참 좋다는 걸 알게 됩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빠진 것은 혹시 잘 노는 법을 알려주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
# 님의 마음에도 꽃은 피겠지요
서울의 강북 지역, Y형 모퉁이에 있는 집 앞에 쓰레기가 자꾸 쌓이곤 했답니다. 큰길로 내려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는데 누군가 중간에 그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니까 다른 사람도 계속 들고 내려가기 귀찮으니 눈치 보다 은근슬쩍 던졌겠지요. 이럴 때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건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면 고발한다’는 경고 글귀입니다. 그런데 그 모퉁이 집 담장에 이런 글이 붙었다고 합니다.
‘버리는 님의 마음에도 꽃은 피겠지요.’
그날부터 그 자리에 쓰레기가 쌓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갓난아이는 모든 걸 울어서 해결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배고파도 졸려도 기저귀가 젖어도 우는 수밖에 없겠죠. 그러나 어른이 되면 말과 글과 표정 따위로 해결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많은 어른들이 갓난아이 떼쓰듯 고함, 억지, 비난, 궤변은 물론 악다구니로 몸싸움을 하고 고소, 고발 풍조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비논리적으로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는 건 세상을 어지럽히기만 하지요.
나라와 국민을 위한답시고 악을 쓰는 거겠지만 상대의 말이 틀린 게 아니라 나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새겨듣는 기술을 익혀야 좋은 세상 아닐까요? 대한민국을 불면증의 나라로 만든 게 누구인가 곰곰 새겨보면서 말이죠. ‘북북 우기는 님의 마음에도 꽃은 피겠지요’라고 어른답게 웃어주면 안 될까요? 전들 아니 그랬겠냐만 제 책방에 이렇게 써붙여 놓았습니다.
# 희망의 다른 말은 곧 자유
물은 맛이 없어 평생 마실 수 있고, 공기는 향기가 없어 평생 마실 수 있지요. 물이 맛있고 공기에서 향기가 난다면 그 맛과 향이 몹시 지겨울 겁니다. 그러나 인생은 딱 한 번밖에 못 살고 지금이 마지막이기에 맛깔스럽고 향기 나게 살아야 합니다.
태초에 인간은 무수한 천적들에게 포위되었겠지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무수한 고난을 통과하여 진화했기에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인간의 천적은 세월입니다. 세월만 천적이 아니라 질병, 노쇠, 다툼, 갈등, 근심, 걱정, 화, 짜증도 천적이죠. 천적이 있어야 진화한다는 주장에 끄덕이게 됩니다.
서울대공원 동물 70%는 평균 수명대로 못 산다고 합니다. 보호받고 먹이 풍족하고 약 처방까지 받는데도 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갇혀 있기 때문이죠. 동물 몸에 추적 장치를 하여 풀어주고 관찰해보니 천적을 피해 먹이 찾느라 고생하지만, 갇혔을 때보다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전문가의 소견을 읽은 적이 있지요.
세상살이에 몸과 마음이 갇히면 식민(植民)으로 살게 됩니다. 아니, 정신적 노예로 사는 꼴이지요.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베스트셀러 중 하나는 ‘꿈 해몽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몸이 갇혀 있으니 마음은 더 심하게 구속되었기에 온갖 꿈을 꾸게 되겠지요. 꿈 해몽 책은 희망의 다른 표현이고, 희망의 다른 말은 곧 자유입니다. 지금 살아있는 것만도 자유이고 기적이 아닌가요?
# 내 인생의 별에게 고마움을
제가 조선조 후반쯤에 태어났다면 한 번 살다 죽고 다시 태어나 두 번째 살았어도 지금 죽을 나이가 되었죠. 근래에는 장례식장 찾는 게 빈번해졌습니다. 조문을 쓸 때 ‘하늘에 곱게 오르시어 별이 되신 고인께 삼가 향촉을 바칩니다’라고 쓰기도 합니다.
지구의 모래알 개수를 7.5×1018(7.5퀸틸리언, quintillion=100경)으로 추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모래알을 모두 모아도 별의 숫자에 비하면 한 줌에 불과하다고도 합니다. 더구나 현재까지도 우주의 크기가 얼마나 광대무변한지 정확히 모른다고 합니다.
제가 어릴 적, 밤 12시가 되어 통행금지 사이렌이 울리면 주변에 전깃불이 모두 꺼졌습니다. 별똥별 7개만 보면 시험을 잘 본다는 속설을 믿고 마당의 멍석에 누워 별똥별을 세어보곤 했지요. 세상이 좋아지고 도시의 밤거리가 환해지고는 별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깊은 산속에서 밤을 맞거나 민다나오 밀림지대, 인도의 불가촉천민이 사는 마을, 히말라야 고산지대, 사하라 사막에서의 밤하늘은 금방이라도 별이 무진장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정말 별이 지구의 모래알보다 엄청 많다는 걸 느끼게 되지요.
별을 보려면 모든 불을 꺼야 합니다. 우리 마음속은 늘 불이 켜져 있지요. 그래서 영혼의 별을 볼 수 없지요. 가끔 마음속 불을 꺼야 초롱초롱하고 반짝이는 내 인생의 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전되었을 때 전기의 고마움을 알듯 ‘마음의 불’을 꺼봐야 내 인생의 별에게 고마움을 느끼겠지요.
# 진실의 입
로마에 가면 ‘진실의 입’이라는 원형 석판이 있지요. 거짓말을 한 사람이 조각상 입속에 손을 넣으면 싹뚝 잘린다는 전설 때문에 유명해졌지요. 사람들은 진실의 입에 손을 넣고 사진을 찍습니다. 저도 갈 때마다 손을 넣고 사진을 찍습니다. 전설처럼 정말 손목이 잘린다면 손 넣을 사람이 있을까요?
잘리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손을 넣고 웃습니다. 그때 알게 됩니다. 누구나 거짓말을 하며 살아간다는 걸. 인간은 애써 하얀 거짓말이든 빨간 거짓말이든 하며 살아간다는 걸 인정하게 되지요. 인생사에 거짓 없이 살기는 무지무지하게 어렵습니다. 거짓으로 출세하고 욕심껏 챙기고 해코지하고 혼자 잘 사는 자가 어지간히 많은 세상이 되었다고들 합니다.
사람이 다 살고 하늘에 올라가면 “이 땅에 살았을 적에 기뻤냐? 남도 기쁘게 했냐?” 이렇게 딱 두 마디만 묻고 둘 다 그렇다고 하면 천당, 하나라도 아니라면 지옥으로 보낸다는 이집트 교훈이 떠오릅니다. 거짓으로 치부하고 출세하고 잘난 척한 자는 혼자 기뻤고 남을 해코지했으니 그 교훈대로라면 지옥에 가겠지요. 하늘에도 이 땅에도 진짜 작동이 되는 ‘진실의 입’ 같은 게 있다면 우리 세상이 살 만할 텐데 말입니다.
‘진실의 입’은 바로 사람 마음속에 있겠지요.
# 절로 위대해지는 영혼은 없다
말 많고 잘난 척 언성 높이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 되었다고들 합니다. 2025년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 참석했다가 간결한 말이 참 근사하다는 걸 알았죠. 대상을 포함하여 18명이 수상했는데 모두 매우 간결한 수상 소감을 했지요. 뿐만 아니라 인사말, 격려사, 축사까지도 짧았습니다. 말이 많고 긴 것은 자기를 드러내려는 행위이고, 잘난 척하는 건 알아주기를 바라는 행위인데, 말 많은 세상에 돋보이는 건 오히려 ‘말 줄임’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목사님의 설교, 스님의 법문, 신부님의 강론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말이 난무하면 비웃음과 질시와 비난이 횡행하기 마련이죠. 칭찬과 격려와 섬김의 말은 길거나 화려하지 않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질시, 비웃음, 비난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말이 너절하기 쉽습니다.
사회 지도층 사람들 모임에서 특강을 한 뒤 자유로운 대화 시간에 어느 분이 “세상이 어지러울 때 영웅이 나온다 했는데 왜 보이질 않느냐?”고 하길래 저는 딱 한 마디 했습니다.
“우리 국민이 영웅입니다. 2024년 12월3일 밤, 국민의 함성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의 상징임을 입증했으니까요.”
공자는 <논어> 술이편(述而篇)에서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고 했지요. 기술하되 지어내지 않는다는 뜻이죠. 사실 그대로 기술하고 존중해야 역사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로마 철학자 키케로는 역경을 뛰어넘지 않고 절로 위대해지는 영혼은 없다고 했습니다. 한국인의 웅대한 기상과 기개가 반드시 빛을 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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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에는 오충현 동국대 융합환경과학과 교수와 윤은성 기후생태활동가가 참여해 기후와 생태 문제를 짚습니다. ‘지금, 여기’에는 의료인류학자인 이기병 한림대 의대 교수와 김도미 작가가 합류해 질병과 불평등 문제를 현장의 시선으로 전합니다. ‘직설’에서는 장애 당사자인 김지우 작가가 접근성, 소수자 권리 문제를 자신의 언어로 말합니다. 김진영 식재료 전문가는 ‘버금 밥상’을 통해 식탁과 재료를 매개로 일상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경향신문은 이번 개편을 통해 오피니언 지면을 단순한 주장과 논쟁의 공간이 아니라, 사유와 숙의가 오가는 공론장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이는 창간 80주년을 맞은 경향신문이 지켜온 가치와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담은 선택입니다. 경향신문은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과 함께 사회의 현재를 성찰하고,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오피니언 지면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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