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시험 [이재명 대통령 발언 분석] 경험 살려 소외된 시민까지 직접 호명… 방향 선명하지만 국정 책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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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6-01-20 22:47 조회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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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임’은 두 차례 쓰였을 뿐이지만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본래 의미와 거꾸로, 각 분야를 촘촘히 들여다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대통령의 연설은 미리 정제한 메시지를 전체 국민에게 전달하고 여론을 움직인다는 의미의 고잉 퍼블릭(going public) 전략”이라며 “이와 달리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 특징은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의미의 유비쿼터스(Ubiquitous)라고 할 수 있고, 개별 사안에 따라 개별 국민을 따로 불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보인 이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지난 8일까지 나온 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포함한 공식 메시지와 국무회의, 부처별 업무보고에서의 발언을 모두 모았다. 2만4000여개 문장, 71만7000여자에 달했다. 말의 뼈대를 이루는 명사 등의 형태소를 추출한 뒤 평균 이상 자주 함께 등장하는 단어로 ‘말의 지도’를 그렸다. 지도에는 ‘생각-수준-정도-가격-규모-진척’ 등 일하는 방식을 암시하는 줄기들이 많이 보였다. 이어진 단어들로 문장을 만들면 “생각, 수준은 어떤 정도이며 규모나 가격은 어떠하며, 진척은 얼마나 됐나” “예를 들어 어떤 경우가 있고, 해결 방식이나 제재 방안은?” 등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자신의 실천력을 강조해왔다. “진짜 말한 대로 하거든요. 쏠 때는 반드시 실탄으로 쏴야 합니다.”(2021년 9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대통령이 된 뒤 이런 특성은 ‘속도전’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는 고속도로 휴게소 문제에 대해 “최대한 빨리 정리를 하라” “지지부진한 건 안 하는 거하고 똑같다”며 여러 차례 신속 해결을 주문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도 농어촌 기본소득을 언급하며 “빨리 신속하게 너무 지연되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
실질적 성과를 내라는 발언도 두드러졌는데, 역시 처음은 아니다. ‘시사IN’은 2021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토론 발언을 분석해 ‘거래의 리더십’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자신에게 표를 주면 이익과 성과를 돌려주겠다고 설득한다는 것이다. “국민 삶의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증명의 정치’”(2025년 7월, 취임 한 달 기자회견) “국민들도… ‘내 삶은 뭐가 좋아졌지?’ 그런 판단이 들면 ‘뭐 똑같네, 더 나빠졌네’ 하니”(제32회 국무회의) 등의 발언도 그런 평가와 닿아 있다.
여기서 국민은 세대와 지역과 이념을 아우르는 평균적 개념은 아니다. 다양한 처지, 구체적인 삶과 형편을 직접 언급한다. “일주일에 4일, 12시간씩 맞교대하며 밤낮 바뀌어 일할 경우 피로에 시달리고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지난해 7월,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 “바가지 자체는 행정 제재 사유가 되나요?” “게임 관련해서 그 현장에 불만이… 비싼 거는 안 뽑힌다 뭐 그런 거죠? 이거 어떻게 통제하고 있어요?”(문화체육관광부 등 업무보고) “탈모도 병의 일부 아니냐”(보건복지부 등 업무보고).
이러한 언급은 이 대통령 개인의 경험과 연결 지으면서 극대화된다. “우리 여동생이 그 일 하다가 새벽에 화장실에서 사망했는데 산재 처리를 안 해줘 가지고…”(고용노동부 등 업무보고) 국민이나 집단지성에 대한 믿음으로도 이어진다. “현장 간담회든지, 면담이든지, 현장 순찰이든지 이런 것을 최대한 많이 해야…”(제37회 국무회의) “세관이 아니라 공항공사가 하는 게 맞는데라는 댓글이 있더라고요. 대중들은 다 아는 거예요.”(산업통상부 등 업무보고)
신현기 교수는 “국무회의, 업무보고를 공개한 것은 획기적이고 민주주의의 확대”라고 평가하면서도 “대통령의 가시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자신이 국정운영의 중심임을 각인시키는 권력행위라는 측면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고 다듬었던 강원국 작가는 “말에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 이어져 효능감이 있다는 건 장점”이라며 “말이 단정적이어서 문제가 생겼을 때 퇴로가 없다는 단점도 있다”고 했다. 대선 토론 분석 경험이 있는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발언이 많다는 것은 어떤 방향으로 국가를 운영하려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라며 “동시에 책임져야 할 부분도 많고 예상과 달리 수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말의 지도에서 중심 부분에 있는 것은 ‘협력-교류-양국-관계-동반자’ 등 외교 분야의 언급이다. 취임 초반 활발한 외교 행보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이어지면서도 하나의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경제-성장-발전-산업-기업’ 부분이다. 단어를 이어 문장을 만들면 “대한민국을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 등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분배보다 성장에 방점을 둔 ‘우클릭’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7월 세계정치학회 서울총회 개막식 연설에서는 “우리 옛말에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 이런 얘기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주의가 밥 먹여준다는 사실을 증명해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대통령이 자주 쓴 단어를 산출해보니 ‘성장’이라는 단어가 전체 추출 어휘의 0.52%를 차지해 열 번째로 많았다. 문민정부 이후 ‘성장’이라는 단어가 20위권 내에 들어간 경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했는데, 그마저도 15위(0.41%)였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 연연하지 말자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협력’(3위), ‘미래’(6위), ‘앞’(12위) 등도 전임자들보다 자주 썼다. ‘미래’가 20위권 내에 들어간 경우는 박근혜, 윤석열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말의 지도에서는 ‘공직-사회-책임-일-국민-삶’ 등 공직자의 자세를 의미하는 부분도 눈에 띄었다. “주인의 일을 대신하는 머슴이기 때문에… 주인의 이익에 최대한 부합하게”(해양수산부 등 업무보고) 같은 말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2017년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에서 “공무원 관료 조직은 ‘로보트 태권브이’ 같은 존재”라고 썼다. 누가 이끄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다. 해수부 등 업무보고에서도 “조직의 최종 책임자들이… 혜택만 누리고… 책임이나 역할을 제대로 안 하는 건 제가 그냥 눈 뜨고 못 봐주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발언에서는 행정가적 면모가 돋보인다. 정치와 행정은 다르다고도 말했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정치적 갈등 속에서 대응하는 거 하고, 국민의 삶과 국가의 운명을 놓고 행정을 직접 집행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릅니다.”(산업부 등 업무보고) 말의 지도에서도 정치와 관련된 줄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신현기 교수는 “대통령은 행정가이기도, 정치인이기도 하다”며 “실용적으로 국정을 이끄는 모습은 좋지만, 자칫 이익을 조정하고 소통을 활성화하는 정치의 영역이 축소되고 국정운영이 효율성 중심으로만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식 메시지나 연설문에서 ‘기후위기’나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대통령은 누구일까.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은 문민정부 이후 대통령의 공식 메시지와 연설문을 모두 수집해 말의 뼈대가 되는 명사 등을 중심으로 단어를 추출했다. 명사가 연속되는 경우 붙여서 따로 하나의 단어로 추가했다. 그런 다음 이전 대통령 모두가 언급한 적이 없는 단어들만 모았다.
대통령별로 가장 많이 쓴 새 단어는 햇볕정책(김대중), 소·대연정(노무현), 녹색성장(이명박), 경제혁신(박근혜), 코로나19(문재인), 늘봄학교(윤석열), 친위쿠데타(이재명) 등 당시 정부의 어젠다나 시대 상황을 담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새 단어 중에는 사회안전망을 의미하는 ‘매트리스’나 과도한 규제를 지칭하는 ‘거미줄규제’ 등 비유적 표현이 눈에 띄었다. GPU, 디스토피아, 새끼호랑이 등 인공지능 관련 단어도 보였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을 인용하면서 ‘서생’이라는 단어도 처음 썼다. 이 말은 김 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한 말로, 공식 메시지는 아니었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은 ‘서생’도 그렇고, 기술 관련 용어의 첫 사용이 많은 것을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닮아 있다”며 “디스토피아 같은 단어의 사용을 보면 전문가들의 우려사항이나 정보를 민첩하게 잘 수집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디지털’을 비롯해 IT강국, BT(생명과학기술) 등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관련 용어들을 처음 사용했다. 비즈니스, 장사, 발명 등의 단어도 처음 썼다. ‘레저’도 처음 언급했는데, 사회 변화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인권국가’라는 단어 조합과 이희호 여사를 지칭하는 ‘아내’라는 말도 처음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북)좌파, 진보진영 등 정치 관련 용어의 첫 사용이 두드러졌다. 특권 없는 사회를 강조하면서 ‘반칙’이라는 단어도 처음 사용했다. 인터넷 대통령으로 불린 만큼 ‘네티즌’이라는 용어도 처음 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K팝’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최초 언급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라고 처음 명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단어를 독특하게 조합한 것들이 많았다. ‘카르텔’의 경우 이권, 사교육, 부패 등과 연결해 썼다. 가짜평화, 공산전체주의세력, 노사법치주의, 허위선동 등도 비슷한 경우다.
대통령마다 내건 기치나 구호는 비슷하지만 조금씩 달랐다. 글로벌책임강국(이재명), 글로벌중추국가(윤석열), 글로벌경제대국(문재인), 글로벌대한민국(박근혜) 같은 식이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한반도평화실현(김대중), 한반도평화통일(박근혜), 한반도평화구상(문재인), 통일한반도실현(윤석열), 한반도평화공존(이재명) 등 정부의 특성에 따라 ‘공존’ 혹은 ‘통일’에 각기 방점을 뒀다.
대통령별로 많이 쓴 단어를 살펴보니 대부분의 대통령에서 ‘국민’이 1위였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세계’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제’를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세계 금융위기를, 박 전 대통령은 경제혁신을 많이 언급한 때문으로 보인다.
상위 5위 안에는 대체로 국민, 세계, 경제 등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집권 배경이 달라도 대통령이 되면 공통의 문제에 부딪힌다”며 “국민을 지속 호명함으로써 자신을 국가운영과 통합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평화, 남북 등의 단어는 상위 20위권 내에서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모두 등장했다. 반면 ‘기업’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만 나타났다. 신현기 교수는 “민주화 이후 이념 갈등이 남북관계, 기업과 시장의 자율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발견”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70원을 웃돌자 금융당국이 환율 안정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달러 예금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의 국장 복귀 유도를 위한 추가 대책을 검토하는 등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9일 주요 시중은행 외환 담당 임원을 소집해 달러 예금을 부추기는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할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반대로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제공하는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은행권에 주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 달러 예금 잔액은 127억3000만달러로, 2024년 말보다 9억1700만달러 불었다. 최근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자 달러를 예금 형태로 보유하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 은행들도 원화 환전에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금융당국 기조에 발을 맞추고 있다.
신한은행은 유튜버가 구글로부터 받는 해외 광고비를 신한은행 계좌로 입금할 경우 원화 환전에 90% 환율 우대 등을 적용하는데 이 혜택을 오는 3월 말까지 연장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5일부터 해외여행 특화 외화예금인 ‘위비트래블 외화예금’의 달러 금리를 1.0%에서 10분의 1 수준인 0.1%로 내렸다.
미국 등 해외 증시로 향하던 자금 물꼬를 국내 증시로 돌리려는 방안도 추가로 논의되고 있다. 고환율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해외주식 투자 열풍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투자자가 해외 증시에서 주로 투자하는 고위험·고배율 ETF(상장지수펀드) 종목 상품 구조를 분석하고, 국내 도입을 위한 규제 개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내에서는 개별 종목의 수익률을 수배로 추종하거나 특정 지수 수익률을 2배 이상으로 따라가는 ETF 상품은 허용되지 않는데,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을 허용하고 지수 레버리지 ETF의 배수 한도를 현행 2배에서 더 확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규제 손질 이후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수익률을 수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등 상품이 출시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해외영업 실태 점검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토스·키움증권에 이어 최근에는 삼성·미래에셋증권을 추가로 현장 검사했다. 과도한 해외주식 마케팅이 이뤄지진 않았는지, 투자 위험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고지됐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증권사의 해외 영업을 단속하면서 고위험·고배율 ETF 상품 출시를 허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위험·고배율 상품은 특히 변동성 장세에서 원금 손실 등 우려가 커지는데,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만들어 놓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정부가 보수 정당 국민의힘 3선 출신 이혜훈 전 국회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정치권과 사회가 크게 술렁였다. 지명권자는 통합과 포용의 실용주의 실천이라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친일 부역’이라는 극단적 평가로 맞서며 후보자를 즉각 제명했다.
대립하는 진영의 인물을 중용한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인물은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다. 1860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윌리엄 시워드, 새먼 체이스, 에드워드 베이츠에게 패했음에도, 링컨은 집권 이후 이들을 각각 국무, 재무, 법무장관에 임명하며 국민 결속을 도모했다.
진영과 친소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한 이야기는 <한비자>에도 등장한다. 진나라 평공이 집정대부 조무에게 묻는다. “우리 나라의 요충지인 중모의 현령으로 누가 적임이겠소?” 조무는 형백의 아들을 추천한다. 평공이 “그는 그대의 원수가 아니오?”라고 묻자, 조무는 “사사로운 감정을 공무에 끌어들이지 않습니다”라고 답한다. 또 군주의 보물을 관리할 현령으로는 자신의 아들을 천거했다. 그는 평생 46명의 인재를 추천했지만 사익을 도모하지 않았고, 임종에 이르러서도 자식의 장래를 부탁하지 않았다. 인재를 추천함에 있어 원수도 자식도 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를 거불피수(擧不避讐), 거불피자(擧不避子)라 한다.
인사 문제에서는 도덕성과 정책 역량이 함께 검증 대상이 된다. 이상적으로는 두 요소를 다 갖추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혜훈 후보자 역시 여러 의혹에 직면했고, 능력과 별개로 제기되는 논란은 지지층마저 당혹스럽게 한다. “일만 잘하면 된다”는 도덕성 경시는 야당이 되었을 때 상대 진영 인사의 흠결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이중 잣대로 되돌아온다. 정치의 최전선에서 뇌물과 비리, 갑질과 거짓이 과연 ‘세속의 문법’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함석헌 선생이 번역한 <간디 자서전>을 읽고 있다. ‘나의 진리실험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간디에게 그것은 삶 전체를 통해 진리를 실천하고 검증해 가는 과정이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을 배제하고, ‘아힘사’로 불리는 비폭력의 원칙 아래 경청과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간디는 욕망을 절제하고 자신에게 엄격한 삶의 태도로 사회운동과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인종차별에 맞서 체포와 폭행을 겪으면서도 상대에 대한 증오를 경계했고, 감옥 안에서도 진리를 지킬 때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고백한다. 분노와 욕망을 버려야 할 곳은 히말라야 깊은 산중이 아니라 캘커타 한복판이라는 그의 말은, <유마경>에서 보살은 중생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극락정토를 구현한다는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
간디는 프리토리아에서 ‘사업에서의 진실성’을 주제로 생애 첫 연설을 했다. 그는 진실과 사업이 분리된 영역이라는 통념에 맞섰다. “상인들은 사업은 현실의 문제이고 진실은 종교의 영역이기 때문에 장사에서는 진실을 지킬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생각에 반대하며 상인들의 도덕적 책임을 호소합니다. 진실은 방해되지 않을 때만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현실 속에서도 지켜져야 할 원칙입니다.” 이 발언은 정치와 진실은 양립할 수 없다는 오늘날의 통념에 반전을 제시한다.
도덕성을 바탕으로 정치 현장에서 인문정신을 실천한 이들이 있다. 마틴 루서 킹 목사, 넬슨 만델라, 레흐 바웬사, 바츨라프 하벨은 모두 권력을 유지하는 기술보다 도덕적 정당성을 정치의 핵심 원리로 삼았다.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쑨원 역시 자기 절제와 인격 수양을 통해 정치에 공동체적 사랑을 구현하고자 했다.
사람들은 도덕 정치나 상생의 정치를 이상론으로 치부하며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완벽하게 성공하는 실험은 없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실험이다. 도덕성과 실무 능력을 함께 갖춘 이들이 적재적소에서 ‘정치의 진리실험’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천할 때, 공동체의 신뢰는 다시 세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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