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홈페이지제작 [점선면]충청도로 몰리는 서울 쓰레기···“우리가 수도권 식민지인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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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6-01-09 13:12 조회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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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수도권에서는 생활폐기물 직매립(선별·소각 등 전처리 없이 그대로 땅에 묻는 것)이 금지됐죠. 몇 년 전부터 예고된 일이었습니다. 정부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소각시설 등을 늘릴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요. 하지만 수도권은 그러는 대신 비수도권으로 쓰레기를 내려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과 돈은 서울로, 쓰레기는 비수도권으로 가는 사실상의 ‘쓰레기 식민지’ 구조가 생긴 겁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수도권 지자체들이 올해부터 직매립이 금지된 생활폐기물을 소각하기 위해 충청권 등 비수도권 민간 소각장과 위탁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오늘(7일) 나온 경향신문 단독 보도를 보면, 서울 강동구는 올해부터 세종특별자치시와 충남 천안시 소재 민간 소각장 두 곳에 쓰레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는 충북 청주시, 금천구는 충남 공주·서산시 등의 민간 업체에 쓰레기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마포구는 연 40일 정도인 공공 소각장 정비 기간에 나오는 쓰레기를 강원 원주시 민간 소각장에 보내기로 했고요. 경기 고양시는 올해부터 충북 음성군 민간 소각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 이유는 ‘더 묻을 곳이 없어서’입니다. 1978년 만들어진 서울 마포구 난지도 대규모 매립지는 1992년 포화 상태가 됐습니다. 정부는 이후 인천 서구 일대에 난지도 매립지 면적의 8~9배에 달하는 대규모 매립지를 만들었지만, 이마저도 최근 한계에 달했어요.
이에 정부는 2021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했습니다. 2026년부터는 수도권에서, 2030년부터는 나머지 전 지역에서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수도권에는 소각장 등 대체 시설을 마련할 5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죠. 특히 중요한 건 이미 빠듯하게 돌아가고 있는 수도권 공공소각장(현재 32곳)을 늘리는 일이었습니다. 민간 소각장은 공공 소각장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감독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미션에 실패했습니다. 주민 반대가 심한 쓰레기 처리시설은 원래 만들기 어려운 시설이지만, 꼭 필요한 시설이라면 반대하는 주민을 설득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세우는 게 정치의 역할이죠. 한 마디로, 정치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준비 없이 2026년을 맞은 수도권 지자체들은 급히 민간 소각장이 많은 충청권 등 비수도권으로 쓰레기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수도권 산업폐기물 등을 떠안아 처리해오던 비수도권은 이제 어마어마한 생활폐기물까지 감당하게 됐습니다.
몰려드는 쓰레기는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하루 353t을 소각하는 소각장이 위치한 충북 청주시 북이면에서는 2001부터 2016년까지 인구 6000여명 가운데 105명이 폐암에 걸렸습니다. 전국 평균보다 35% 높은 폐암 발병률입니다. 주민 이봉희씨는 주간경향 인터뷰에서 “한창 소각장 증설할 무렵엔 농작물 위, 널어놓은 수건 위로도 까맣게 분진이 내려앉았다”며 “3주 넘게 심하게 기침을 해서 병원에 가봐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고 했어요.
수도권의 비수도권 식민지화, 쓰레기만 그런 게 아닙니다. 원자력발전소도 모두 비수도권에 있죠. 원전 인근 주민들은 원전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수도권에 보낼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반기웅 경향신문 기자는 칼럼에서 “전기와 쓰레기는 오가는 방향만 다를 뿐 구조는 같다. 수도권의 필요는 지역에서 가져오고, 부담은 지역으로 내려보낸다”며 “더럽고, 불편하고, 위험한 시설을 지역으로 밀어내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지역 간 불화는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환경 불평등을 바로잡고 ‘환경 정의’의 관점에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정근 공익연구소 블루닷 대표는 “일부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의 대책이 궁극적인 해결이 될 수는 없다”며 “모든 도시가 쓰레기를 동일하게 부담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어떤 도시의 생활폐기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어떤 도시가 과도하게 많은 쓰레기를 처분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쓰레기를 발생지에서 처리하는 ‘발생지 처리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공공 소각장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와요.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정책을 통해 쓰레기 배출량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쓰레기가 줄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뿐이니까요.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직매립 금지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확대”라며 “장기적으로 재활용 등 전처리 시설 인프라 확충을 통해 폐기물의 양 자체를 줄이고, 기업 규제를 통해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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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전략이요? 생존입니다.”
한 국내 주요 영화 투자배급사 관계자가 말했다.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할 만큼 2025년은 한국 영화계가 맞이한 최악의 해였다. 누적 관객 수 1억 명을 가까스로 지켜냈지만(1억608만 명), 한국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은 관객은 그중 41.1%에 불과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공식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래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30.1%)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점유율을 기록한 것이다.
상수가 된 불황에 국내 5대 투자배급사(CJ ENM·롯데엔터테인먼트·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쇼박스·NEW)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중한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현 시점에서 5개사가 올해 개봉을 예정에 둔 한국 영화는 총 22편이다. 대규모 제작비를 투자한 텐트폴 작품은 각사마다 1편 내외이지만, 장르성이 확실한 중급 영화들로 포트폴리오를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내놓는 작품이 적은 만큼 한 편 한 편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 대작 영화, 2026년에도 있다
2026년 최대 기대작은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다. <추격자>, <황해>, <곡성> 등을 연출한 나 감독의 네 번째 미스테리 스릴러로 한국 단일 영화 사상 최다 제작비(500억대 이상)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무장 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과 사냥꾼 성기(조인성)이 마을에 나타난 미지의 외계 생명체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할리우드 배우 테일러 러셀, 마이클 패스벤더 등이 출연한다. 올해 여름 국내 개봉이 목표다. ‘천만 영화’가 없었던 지난해의 부진을 깨고 <호프>가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설 연휴에는 류승완 감독이 본인의 장기인 첩보 액션으로 돌아온다. 영화 <휴민트>(NEW·2월11일 개봉)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국경지역에서 한국 국가정보원의 조과장(조인성)과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의 격돌을 그린다. 조선 왕 단종(박지훈)이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를 간 후의 이야기를 그린 <왕과 사는 남자>(쇼박스·2월4일 개봉)는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한국 사극이다. 유해진이 단종이 유배 가는 마을의 촌장 엄흥도 역을 맡았으며,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부산행>, <반도> 등에서 한국형 좀비물을 탐구했던 연상호 감독은 또 다른 좀비물 <군체>(쇼박스)를 선보인다. 배우 전지현은 이 작품으로 <암살> 이후 11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1400만 관객을 동원한 <국제시장>의 속편(CJ ENM)과 <타짜> 프랜차이즈의 명맥을 잇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제·CJ ENM)도 올해 촬영을 마칠 예정이다.
■ ‘1억 관객’ 시대, 영점 조정이 필수
특기할 점은 NEW가 올해 라인업으로 <휴민트> 단 한 편만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인 <좀비딸>로 웃은 NEW의 이런 행보가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NEW 관계자는 “작품 편수가 적어도 자신 있다”며 “2025년 시장에서 많은 작품을 선보이는 것보다 1~2개의 작품에 집중해 재원을 잘 모아뒀다가, 좋은 작품에 재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신중한 투자의 배경에는 관객 수의 절대적 감소가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연간 누적 관객 수 2억 명대를 상회했던 영화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1억 명대를 간신히 지키고 있다. 업계는 ‘관객 수 1억 명 시대’가 뉴노멀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NEW 관계자는 “2억 명 관객 시대에는 다양한 작품을 얼마나 많이 배급했는지가 중요했었다. 각 배급사들이 텐트폴과 중급 영화, 독립예술 영화를 두루 확보하려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전체 파이가 1억 명으로 조정된 시장에서의 투자 결정은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한 작품에서 최대한의 관객 수를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회사 이익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각사의 라인업을 보면, 타깃과 장르가 확실한 영화가 많다. 코미디(<하트맨>·<와일드 씽>), 공포(<살목지>), 느와르(<프로젝트 Y>) 등이다. 지난해 코미디 영화 <보스>(243만 관객)와 공포 영화 <노이즈>(170만 관객) 등이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둔 만큼, 장르 영화가 ‘알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엿보이는 배치다.
다만 신규 투자·제작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풀기 어려운 숙제다. 팬데믹 때 개봉하지 못하고 쌓인 ‘창고 영화’도 거의 소진된 상황이다. 올해까지는 2019년 크랭크업한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롯데엔터테인먼트)와 2021년 크랭크업한 류승룡, 박해준 주연의 <정가네 목장>(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이 대기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신규 제작한 작품들로 라인업을 메꿔야 할 상황이다.
영화계에서는 연상호 감독이 2억으로 단기간에 영화 <얼굴>을 만들었듯, 영화 제작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제작 모델을 탐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 감독은 올해에도 순제작비 5억으로 신작 <실낙원>(CJ ENM)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 주요 배급사 관계자는 <얼굴> 사례를 긍정적으로 언급하며 “꼭 수십억, 수백억 들어가야 영화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며 “저예산 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할 때, 새로운 인재들도 ‘나도 해볼 수 있겠다’며 도전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2026년 새로운 시간의 문턱에서, 새로운 지면을 펼쳐나갈 생각을 하니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앞으로 이곳에서는 한국의 역사 공간과 문화유산을 글감으로 삼아 지금의 우리를 낯설게 비춰볼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역사학은 단순히 박제된 기억의 나열이 아니다. 익숙한 현재를 낯설게 함으로써 오늘을 다르게 상상하게 하는 ‘역사 상상력’의 힘이야말로 우리가 지녀야 할 도구다. 그 첫 질문으로,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과연 처음부터 당연했는지 묻고 싶다.
서울이 ‘서울 됨’은 당연한가
20여년 전 대한민국을 뒤흔든 ‘관습 헌법’ 논란을 기억하는가.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야심 차게 추진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우리나라 수도는 서울이라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아도 관습적으로 널리 인정되는 사실이므로 신행정수도 건설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판결의 근거는 조선시대 이래 600여년 동안 서울이 수도라는 점이 당연한 규범적 사실로 인정받아 왔으며, 한 번도 그 관행이 중간에 깨진 적도 없고 어떤 견해 차이가 있을 수도 없다는 점 등이었다.
새삼스럽게 2004년 헌재 판결을 서두로 가져온 것은 당시 결정이 법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타당한지를 다시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만, 600여년 전 한양으로 도읍을 정한 일이 21세기 서울의 흔들림 없는 수도로서의 위상을 법적으로 뒷받침할 정도로 대단한 역사적 중량감을 지니게 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언급한 것이다.
20세기 초반 식민지 조선에서 활동한 무라야마 지준은 또 다른 의미에서 한양의 역사적 중량감을 평가했다. 그는 조선인 지관을 대동하고 전국을 다니며 풍수 설화 및 이론과 사례를 수집하여 <조선의 풍수>라는 책을 집필했다. 그 책에서 무라야마는 한양의 지세와 역사를 개괄한 후 이렇게 평가했다. “서울의 지리는 풍수적으로 잘 갖추어져 국도로서 적합한 곳이다. 예부터 수도로 선정된 것이 그다지 의아할 것이 없”을 정도이며, 고려시대부터 역사까지 따지면 “풍수 천 년의 도읍”이라고까지 일컬을 만하다고 말이다.
풍수적인 측면에서 한양을 높이 평가한 것은, 무라야마보다 200여년 앞서 <택리지>를 저술한 이중환(1690~1756)도 마찬가지였다. 한양 주변을 둘러싼 지세의 몇가지 단점을 지적하긴 했지만, 그는 한양이 “천상의 수도이자 훌륭한 도읍 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심지어 도성 안의 “흙이 맑고 깨끗하며 단단하고 희어서 길에 떨어뜨린 밥알을 주워 먹어도 좋을 것 같다”고 할 정도로 그 형국이 밝고 산뜻하다고 찬탄했다. 이중환과 무라야마의 이야기들은 풍수의 언설을 빌려 서술되기는 했으나, 한양이 수도일 수밖에 없는 본질적이며 필연적인 이유가 있으며 그에 대해 어떠한 의심도 하고 있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강고한 확신들이 층층이 쌓여 헌재가 결정요지에서 언급한, 서울이 수도라는 당연한 규범적 사실의 근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곗바늘을 돌려 600여년 전 처음 한양 천도를 논의할 때로 돌아가 당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과연 그들도 같은 대답을 할까? 실록에는 당대인들의대답이 이미 나와 있다. “우리나라 안에서는 부소 명당(개경, 지금의 개성)이 첫째요, 남경(한양)이 다음입니다.”(<태조실록> 태조 3년 8월11일) 한양은 아무리 좋게 봐주어도 개경 다음가는 땅 정도였다.
한양은 개경 다음일 뿐
“드디어 송경(松京·개경)에 환도하기로 의논을 정하였다. 애초에 도성 사람들이 모두 옛 수도를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환도한다는 말을 듣고 서로 기뻐하여 손에 손을 잡고 이고 지고 하여 길에 끊이질 않으니, 성문을 지켜 제지했다.”(<정종실록> 정종 1년 2월26일)
1399년(정종 1) 어머니 신의왕후 한씨의 능인 제릉 참배를 명분으로 송경을 방문한 정종은 환도를 결정한다. 1394년(태조 3) 한양으로 천도한 지 햇수로 5년, 후계 문제로 제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난 지 꼭 반년 만의 일이었다. 왕자들끼리의 볼썽사나운 내분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되돌려보려는 자구책의 하나였다. 환도 결정에 대한 위와 같은 반응은 당대인들이 한양 천도에 얼마나 거부감을 지니고 있었는지, 또 옛 도읍 개경에 얼마나 애착을 지니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조선의 한양 천도는 태조 이성계가 거의 일방적으로 추진한 끝에 단행될 수 있었다. 건국한 지 한 달 만에 내린 한양 천도 명령부터 계룡산 신도읍 건설에 이르기까지 이성계의 천도 시도는 번번이 개국공신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들의 갈등은 계룡산 천도 후보지를 보러 갈 때 벌어진 설전에서 잘 드러난다.
1393년(태조 2) 이성계는 계룡산의 후보지를 직접 보기 위해 길을 떠났다. 당시 행차에는 남은(1354~1398)만 수행했을 뿐, 정도전(1342~1398) 등 다른 개국공신들은 따르지 않았다. 개국공신들의 미온적 기류를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어가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때, 개경의 도평의사사에서는 현비(신덕왕후 강씨)의 병환과 도적 떼의 소요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성계는 이것이 천도 행차를 저지하기 위한 핑계임을 간파하고 “도읍을 옮기는 일은 세가대족들이 함께 싫어하는 바이므로 구실로 삼아 이를 중지시키는 것”이라며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여전히 도적 핑계를 대는 남은에게 “도읍을 옮기는 일은 경들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면전에서 일갈했다.(<태조실록> 태조 2년 2월1일)
이런 분위기를 뚫고 어렵게 이뤄낸 한양 천도가 물거품이 되고 왕위에서도 쫓겨나 태상왕 신세로 한양을 떠나던 날, 이성계는 아내 신덕왕후 강씨가 묻힌 정릉을 두루 돌아보다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처음에 한양으로 옮긴 것은 내 뜻만이 아니었고, 나라 사람들과 의논한 것이었다.”(<정종실록> 정종 1년 3월7일) 그러나 이 말은 역설적으로 한양 천도가 얼마나 그가 고집해 단행된 것이었는지를 드러낸다.
천도를 원하지 않는 다수의 분위기와 무조건 어디든 천도를 원하는 태조의 입장이 격돌한 속에서 절충 방안으로 선택된 곳이 남경, 즉 한양이었다. 개경과 가까워 국토의 중앙 입지라는 조건을 충족하고 조운과 같은 물류망도 크게 바꿀 필요가 없으며, 고려 말에 이미 제2의 도시로 번성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풍수적으로는 여전히 송경이 가장 좋고 한양은 그다음 정도로 꼽히기는 했으나, 재상들조차 기어이 천도를 하겠다면 그나마 이곳이 낫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절충지였다.(<태조실록> 태조 3년 8월13일)
이성계가 한양 천도 추진할 때당대인들은 ‘개성’을 더 선호해정도전 등 개국공신들도 반대
인정받지 못했던 서울 떠올리며과거 ‘수도이전’ 위헌 결정 고찰관행도 깨질 수 있음을 깨달아야
정종 대 개경으로 환도한 후 태종 대 내내 한양 재천도를 놓고 논의가 분분했으나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성계의 고집과 태종의 결심으로, 1404년(태종 4) 어렵사리 한양 천도가 결정됐음에도 이듬해 천도를 실행할 무렵에는 다시금 반대론이 일었을 정도였다. 자리 이전에 보수적인 상인들은 개경과 한양 양쪽에 집을 지어놓고 이리저리 재산과 물건을 옮기며 관청의 눈치를 보기도 했다.
천도에 집착한 태조가 세상을 떠나자 사람들의 옛 수도에 대한 그리움과 기대는 더욱 부풀어 올랐다. 마침 1409년(태종 9), 1410년(태종 10) 연이어 태종이 개경에 행차하자 관리들은 진짜로 천도할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임금의 행차를 수행하는 길에 가족들을 모두 대동하고 이삿짐까지 바리바리 싣고 한양을 떠난 것이다. 일반 도성민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양에서 개경으로 가는 길에는 이삿짐을 이고 진 도성민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사헌부에서는 이렇게 사람들이 떠난 틈을 타 남은 이들이 한양의 빈집들을 헐어버릴까 걱정할 지경이었다.(<(<태종실록> 태종 10년 10월11일) 처음 천도한 후 20년이 지나도록 한양은 여전히 확고한 일극의 수도로 자리 잡지 못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한양이 처음부터 당연스레 수도가 되진 못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생각들이 오랜 기간의 역사적 과정을 통해 변화되고 새롭게 축적된 것임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가 600여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가벼이 여기지 못하는 것처럼, 당대인들은 475년 유지된 옛 왕조의 수도 개경이 지닌 역사적 관성과 위상에 영향을 받았다. 세종 대 이후 한양은 행정적인 차원에서 명실상부한 수도가 되기는 하였으나, 그렇다고 사람들의 심상에서까지 확고한 위상을 갖지는 못했다. 한양은 수도로 만들어지고 서서히 수도가 되어갔다. 수도권 집중화라는 거대한 관성 속에 사는 지금, 600년 전 한양을 향한 거부감의 역사를 반추해보는 것은 과거에 대한 호사가적 취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당연한 것은 없다는 깨달음이야말로 우리 시대를 낯설게 보고 새로운 길을 찾는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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