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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사무소 ‘만사현통’? 김현지, 의혹과 진실···“감출 건 없다, 문제는 정치권의 ‘긁어 부스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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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10-29 07:48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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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사무소 [주간경향] 또 불발됐다. 지난 10월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 교체 의혹과 관련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추가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부결됐다. 변호인 교체 의혹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교체되는 과정에 김 실장의 개입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를 한 단어로 규정하면 ‘김현지 국감’이다.
김 실장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맡다가 지난 9월 29일 이후엔 제1부속실장을 맡고 있다. 국감 출석을 한다면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는 게 맞지만 법사위나 국토교통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여러 상임위에서 전방위적으로 김 실장이 거명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베일에 싸인 김현지 부속실장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며 전국에 ‘김현지 제보센터’ 현수막도 내걸었다.
“나는 김현지 본인이 잘못하는 것도 있다고 본다. 성남에 간 후 교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일단 나서지 않는 스타일인 건 분명하고 본인 이름을 걸고 뭐 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1급 고위공직자라는 공적 위치에 올라섰다면 그걸 고집할 건 아니지 않나. 민주당이 막는 것도 문제다.”
지난 10월 중순 통화한 박원석 전 의원의 말이다. 그는 참여연대 활동가 시절인 1998년 2~3월쯤 상명대 94학번으로 학생운동단체 ‘21세기학생운동연합’ 후배였던 김현지를 당시 실무 간사를 구하던 성남시민모임 쪽에 연결해줬다. 국민의힘에선 “김현지의 과거 경력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고 연일 의혹 공세를 펴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김현지 의혹’
김현지 실장의 프로필은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른바 ‘성남라인 4인방’이 거론되던 10여 년 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 그리고 김 실장이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김 실장과 정 전 실장 등의 2018년 대화 녹취록을 들어보면 국민의힘이나 보수 유튜버들이 제기하는 김 실장의 개인사, 과거사 관련 의혹은 대부분 해소된다. 녹취록에는 20년 넘게 이어져 온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김 실장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내용도 있다. 김 실장이 “나도 그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 (이 대통령이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하면서 나는 다른 결로 가야겠다,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인연은 여기서 끊어야겠다”고 언급하자 한 동석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친구(김현지)는 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이 시장도 밑이라고 생각 안 할 것이다. 밑이라고 생각했으면 같이 못 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상하 관계가 아닌 동지적 관계라는 설명이다.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상하 관계가 아니라 활동가로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장건 전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의 말이다. 그가 공동대표를 하던 2004년부터 3년간 김 실장은 사무국장이었다.
“대표라도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일한다. 예컨대 국장이지만 이 대통령이 맡았던 집행위원장과 대등한 관계였다. 월급을 주는 상하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는 회원들이 회비를 내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이지, 오너가 월급 주는 직원을 데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장 전 대표를 비롯한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회원들은 지난 10월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김 실장 결혼식 때 주례를 맡기도 했던 하동근 전 성남문화연대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실장에 대해 야권이 제기하는 논란은 “한마디로 마녀사냥”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이슈는 어느 한 단체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서 서로 협력하는 게 당연한데 억지로 연계시켜 악마화하는 것”이라며 “상상으로 이야기를 부풀려 과거 단체 활동까지 매도해 기자회견에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상황은 오래갈 것으로 본다. 김 실장이 측근으로 있는 한.”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그의 설명이다.
“감춰야 할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재명 정권의 내부 역학 관계는 김현지와 정진상 양대 축으로 봐야 하는데, 대장동 재판 등으로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정진상이 수면 위로 드러날 형편이 안 되니까 소위 성남라인에서 간여하는 인사나 사법리스크를 김현지가 총괄하면서 야당의 타깃이 된 것이다.”
왜 김현지가 ‘타깃’이 됐을까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낙마 과정에서 당시 총무비서관이었던 김 실장이 강 전 후보자에게 전화해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여권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사실로 보인다. 그런데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당과 대통령실 사이를 조율하는 정무수석이 연락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야권이 ‘비선실세’, ‘만사현통’이라며문제를 제기하는 까닭이다.
“총무비서관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무슨 비선 실세인가. 연락하는 것과 권한 행사는 다르다. 대통령의 측근으로 연락한 것이다. 정무수석실에서 연락하면 강선우가 버티리라 판단했을 수 있다. 대통령의 뜻을 은밀하면서 신뢰성 있게 전달할 사람이 누구냐. 김 실장이 자기 생각을 전달했다면 모르지만 그런 것도 아니지 않는가.” 김상일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이른바 성남라인이 ‘문고리 권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과거 아무런 공식 직책 없이 이른바 ‘비서실 3인방’ 막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역할을 하던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나 공·사 구분 없이 사적 이익을 취하던 김건희 비선 권력과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정치권 주변에서는 김 실장 주도의 인사에 대한 한탄이 많다”고 덧붙였다.
“인사의 최종결정권자가 이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인물 주변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게 김 실장급에서 이뤄지는 것 아닌가. 그 중간과정에서 충분한 정보와 인력풀을 제공하지 못한 것은 김 실장 책임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김 실장이 성남으로 간 1998년 이래 이 대통령과의 관계는 누구보다 특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성남시민모임에 갔을 때 김 실장이 스물다섯 살, 이재명 당시 집행위원장이 서른다섯 살이었다. 둘 다 2030 청년이었다. 지역 운동을 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서는 서로의 사정을 낱낱이 아는 독특한 동지적 관계가 만들어졌다고 본다. 이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면 대면해서 잘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김 실장을 제외하고 주변 그룹에는 없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김 실장은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다. 국정감사에 나가지 않는 것은 결국 이 대통령의 뜻이다. 자신의 소중한 자산이 흠집 나는 걸 그냥 지켜보기만 하겠나.”
그는 “김 실장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순장조’처럼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부 기율 반장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비서실장이든 안보실장이든 신경 쓸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좋아하는 것이다. 경력이 어떻든 나이가 어떻든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스타일이다. 만나보면 기본적으로는 예의 바른 편이다. 과거 시민운동을 함께한 대통령과 자신이 수평적인 관계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으니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예의 없어 보이는 것이다.”
의혹 제기-대응 모두 ‘긁어 부스럼’
문제는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여야 정치권이라고 정치컨설턴트·평론가들은 입을 모은다. 엄경영 소장은 “국민의힘은 현안인 캄보디아 납치 문제나 여권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사법개혁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이 대통령과 김 실장의 관계가 박근혜·최순실처럼 권력 위임 관계라면 의미가 있겠지만, 아닌 것을 알면서도 정치적 의혹 제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윤석열 정권 때도 총무비서관은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이 대통령이 그걸 내키지 않는 것으로 보이니 민주당도 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21일 주간경향과 통화한 김 실장의 남편은 유튜브 등을 통해 연일 제기되는 여러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김 실장도) 억측에 대해서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 실장이 사제 관계인 김인호 산림청장 인사에 관여했다는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김 실장의 학력까지는 알지 못한다”면서 “사적 인연으로 누군가를 인사 추천하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과거 대통령실 인사 때 프로필이 제공되던 것과 달리 김 실장의 프로필은 공개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현 정부에서는 비서관 인사에 대해 따로 발표하거나 공지하지 않았고, 수석비서관급 이상만 명단을 발표했다”고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식을 앞둔 2015년의 어느 날. 양주연 감독(37)은 술에 취한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어안이 벙벙했다. “너희 고모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자살했다. 고모처럼 되지 마라.”
양 감독이 태어나기 전 ‘고모’가 존재했음을 처음 들은 순간이었다. 그리곤 끝이었다. 아버지도 양 감독도 그 얘기를 다시 입에 올리지 않았다. 못했던 걸지도 모른다. 대학 졸업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던 시기, 그는 “(고모의 죽음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것 같으면서도 알고 싶지 않기도 했다”.
양 감독이 카메라를 들기로 마음먹은 건 그로부터 3년 후다. 20대 초반까지의 생을 살았으나 가족에게조차 언급되지 못하고 잊힌 고모가 자꾸 생각났다. 2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양양>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양 감독이 고모의 흔적을 찾아다닌 7년의 기록이다.
불편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앉은 양 감독의 아버지가 자신보다 네 살 많던 누나에 대해 기억하는 건 이런 것들이다. 공부를 잘해서 광주서 제일 좋은 전남여고에 다니던 것. 밤마다 책 펴고 공부하던 것. 그러나 “여자는 안 된다”는 아버지(양 감독의 할아버지)의 반대에 서울로 대학을 가지 못하게 되자 방에서 울던 것. 조선대에 다니던 누나가 별안간 죽었다는 연락에 응급실로 택시 타고 뛰어갔던 것들. 죽음의 사유까지 추측하기는 어려운 기억들이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양 감독은 고모의 친구들을 수소문한다. 그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이들에게선 뜻밖의 인물이 튀어나온다. 고모가 헤어지려고 했다던 ‘남자 친구’의 존재다.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고모의 이름이 지운 듯 사라진 건 그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탐문이 이어진다.
<양양>은 아주 내밀한 가족사를 탐구하고, ‘잊히고 말았던 그 시대 여성’들을 호명하는 데까지 용기 있게 나아간다.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지난 19일 만난 양 감독은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친구들에게 오랜 고민 끝에 털어놓은 고모 이야기에 돌아온 반응은 뜻밖에도 “어, 우리 집에도 그런 가족이 있었는데”라는 말들이었다.
“‘너네 가족만 유별나다’는 반응이었다면 (다큐멘터리를) 시작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집집마다 공부를 잘했지만, 여성이란 이유로 존재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했고 그로 인해 삶이 비극적으로 흘러갔던 ‘누군가’들이 있었더라고요. 그 존재들이 각자의 집에 존재하는 비운의 이야기로만 남는 건 억울하고 아쉬운 일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양 감독이 가족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에 담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광주 전남도청과 양동시장 사이에 있는 외갓집 옥상에서 우연히 총탄 자국을 발견한 그는 할머니의 옛 기억을 인터뷰해 다큐멘터리 <옥상자국>(2015)을 만든 바 있다.
그런 그에게도 세상을 떠난 고모 얘기를 아버지에게 묻는 건 각오가 필요한 일이었다. 단편적인 사실관계만을 이야기하던 첫 인터뷰부터 차차 고모에 대한 내밀한 속마음을 듣기까지, 아버지의 마음을 여는 데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은 부녀가 이전보다도 서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며 고모와 자신을 겹쳐보게 된 순간도 있었다. 양 감독을 보고 “느낌이 닮았다”고 되뇌던 고모의 친구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지영이도 지금 시대에 태어났으면, 카메라를 들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됐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집안을 통틀어 예술 일을 하는 사람이 혼자라는 점에서 외롭기도 했던 양 감독은 그 말이 “반갑고도 슬펐다”고 한다. 시 쓰는 대학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미술도 잘했다던 고모가 살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에서다.
사실 ‘양양’은 아버지에게 차마 고모의 이름을 묻지 못하던 시절, 양 감독이 혼자 지어봤던 이름이었다. 영화를 시작하며 ‘양지영’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고, 그 삶이 감독이자 조카 양주연의 삶과 맞닿으면서 ‘양양’이라는 이름은 양씨 가문의 두 여자를 동시에 지칭하는 영화 제목이 됐다.
양 감독은 <양양>을 만든 지난 7년이 “금기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고모의 이름을 찾아가고 그 시간을 다시 되새기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고모처럼 드러나지 못했던 다른 여성들의 존재들이 조명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앞으로도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하는 것’이 양 감독의 목표다. 최근에는 지난해 결성된 5·18 성폭력 피해 생존자 모임 ‘열매’ 구성원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그는 “고모의 이야기가 쉽게 발화되지 못했던 것처럼, 5·18 당시 성폭력도 개인의 문제로 남아 있던 시간이 오래였다. 그 벽을 깨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분들의 생동감 있는 에너지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 전지현 기자 jhyu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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