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소년사건변호사 [논설위원의 단도직입]“AI 시대, 수도권에 인프라 다 모을 수 없어…반도체 ‘분산’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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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6-01-15 21:39 조회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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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지사 시절 부·울·경 메가시티를 추진했던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을 지난 8일 서울 사무소에서 만나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을 막을 해법을 들었다. 그는 “대기업 투자와 연계된 전략 산업과 인재 육성, 광역교통망 확충으로 권역별 메가시티를 구현하겠다는 게 ‘5극3특’의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서는 “지역 논리나 정치 논리로 접근하면 안 된다. 정부와 기업이 윈윈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분산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 ‘지역균형발전’에 강한 의지
-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고 김경수 위원장과도 인식을 많이 공유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께서 신년사를 통해 5대 대전환 전략의 첫 번째로 지방주도성장을 말씀하셨잖아요.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된 거죠. 그런 점에서 ‘생각이 같구나’ 하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균형성장 전략인 ‘5극3특’도 권역별로 메가시티를 만들어 보자는 건데요, 지난 대선 기간 선대위에 참여하면서 이걸 보고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5극3특’의 출발은 ‘부·울·경 메가시티’ 전략입니다. 2020년 제가 경남지사 시절 처음으로 제안해 부산·울산·경남이라도 하나의 경제·생활권을 만들자고 시도했던 건데, 여러 이유로 좌초됐죠. 그렇지만 부·울·경 메가시티로 시작했던 균형발전 전략이 국정의 최우선 전략이 되고,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하고 그 일을 저한테 맡겨주신 거니까 저로서는 고마운 일이죠.”
- 과거 정부에서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광역화 정책도 추진한 바 있습니다.
“‘5극3특’은 해방 이후 처음으로 정부가 실제로 시행하는 권역별 전략입니다. 박정희 시대에 5대 거점 전략이 있었지만 그건 산업화 시대 경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수도권과 부·울·경과 남동임해공단을 발전시키는 전략하에 산업 특화 도시를 개발하는 거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도 ‘5+2 광역 경제권’을 정책으로 내세웠는데 기업들에 지방에 투자하라 해도 말을 듣지 않고 수도권에 투자하니까 고육지책으로 만들어낸 것이 공공기관을 먼저 이전시킨 혁신도시입니다. 그러고 나서 혁신도시에 맞는 연관 기업을 이전시키자는 계획이었는데 그건 정권이 바뀌면서 다 백지화돼 버렸잖아요. 중요한 건 경제권만 만든다고 권역이라는 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반드시 따라붙어야 하는 조건이 광역 대중교통망입니다. 수도권이 하나의 권역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대중교통망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 아닙니까? 지방도 권역별로 대중교통망을 연결해서 대중교통만으로 어디든 갈 수 있어야죠. 이렇게 권역별로 경제권·생활권을 만들어야 5극3특 메가시티 전략이 완성되는 겁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입니다. 그렇게 되면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가지 않아도 되고, 수도권의 부동산 문제도 해결하게 되는 겁니다.”
-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대기업들이 약속한 1400조원을 지역에 투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졌습니까.
“인공지능(AI) 시대가 되면서 민간이 지방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과거 ‘정보화 시대’엔 인재부터 자본, 창업, 투자까지 수도권으로 모아서 집적 효과를 만들어야 성공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데이터센터, 전력 등 AI 관련 인프라는 수도권에 모을 수가 없습니다. 또 기존 제조업의 AI 전환(AX)도 중요한 과제여서 산업이 있는 지방에 투자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업은 정부가 아무리 설득한다고 해도 투자하지 않습니다. 조건이 맞아야 투자합니다. 투자 조건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한데, 지금 그런 조건을 만드는 중입니다.”
- 어떤 조건들이 있나요.
“우선 대기업의 투자와 결합한 전략 산업을 권역별로 정해서 그걸 ‘성장 엔진’으로 만들어 가자는 게 기본 방향입니다. 과거엔 이런 전략 산업을 정부가 정했잖아요. ‘여기는 이거, 저기는 저거’ 이렇게 많이 정해 놨어도 기업이 투자를 안 하니 헛일이었죠. 이번에는 전략 산업을 정할 때 반드시 관련 기업의 투자와 연계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그 분야 인재를 그 권역에서 뽑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광주·전남이 에너지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으니 이걸 전략 산업으로 한다면 에너지 분야의 석박사, 특히 AI가 결합한 에너지 분야의 석박사는 광주·전남에서 뽑을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주자는 겁니다. 여기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카이스트 10개 만들기가 나옵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지역 국립대를 모두 서울대처럼 만들자는 게 아닙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한전공대, 전남대, 국립대학인 목포대와 순천대 등 주요 대학들에서 에너지 분야 인재를 길러내자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부의 해묵은 규제들을 철폐해 기업 임원과 대학 교수가 양쪽에 겸직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연구·개발(R&D)도 같이하고 성과가 나면 그 자체로 학위로 인정해주는 등 협업 구조를 확립해야 합니다. 교육뿐 아니라 전략 산업 육성에 필요하다면 ‘메가 특구’ 방식으로 광역 단위로 규제를 풀어줄 계획입니다. 세금으로는 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으니 150조원의 국민성장펀드를 만들어 정부도 함께 투자하겠다는 겁니다. ‘이래도 투자 안 할래요’ 할 정도까지 하는 겁니다.”
- 그렇지만 기업들의 수도권 선호는 여전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고 있고요. 이걸 남부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저는 기업과 국가가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함께 강화할 수 있는 윈윈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대만의 TSMC가 일본 규슈 지방 구마모토시라는 곳에 대한 투자 계획을 2021년 발표하고, 2022년에 착공해 2024년에 완공했습니다. 굉장한 스피드지요. 그런데 우리는 SK하이닉스가 2019년에 용인에 반도체 단지를 만들겠다고 결정했는데, 겨우 1공장을 착공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이 속도를 가지고 국제 경쟁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나요. 용인으로 공장 부지를 결정했다지만 전력 문제, 용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들이 원전 15개 규모의 전력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가능하면 재생에너지여야 하는데 수도권에서 이걸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재생에너지가 많은 호남 쪽에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데 제일 쉬운 방법이 송전탑이라고 하는데, 그걸 만들려면 전북 8개 시군을 다 통과해야 하고 충청도도 통과해야 하잖아요. 그곳 주민들은 무슨 죄입니까? 송전망을 만드는 비용도 막대하지만, 민원들을 해결해 가면서 지으려면 앞으로도 얼마나 더 걸릴지 모릅니다. 또 용수 문제인데, 한강에 문제가 생기면 반도체 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구조 아닙니까? 지진이나 가뭄 같은 천재지변이 언제 어디서 날지 모르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전략이 맞는 건가요. 사정이 이렇다면 기업 경쟁력 차원에서도 ‘수도권 올인’이 꼭 바람직한 것이냐는 문제 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반도체 특화 단지는 지역 논리나 정치 논리로 접근하면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국가와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지금부터라도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 올 수 있게 규제 풀고 재정 지원을
- 수도권 집중보다는 분산이 윈윈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거네요.
“적정한 규모의 분산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반도체 산업을 그냥 하나로 보는데 사실 그 안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하이엔드급 HBM도 있고, 메모리 반도체도 있고, 자동차부터 각종 가전기기에 들어가는 전력 반도체(전자기기에 들어오는 전력을 변환, 저장, 분배 및 제어하는 핵심 부품)들도 있습니다. 공정으로 따지면 선공정·후공정, 패키징 과정 등이 있잖아요. 분야들이 이렇게 다양한데 그걸 한곳에 몰아놓는 게 맞느냐는 거죠. 대만만 하더라도 TSMC가 세 군데 분산 투자하고, 일본도 TSMC는 규슈 남쪽에 하고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단지는 홋카이도에 짓습니다. 그 나라들은 분산 투자하면 생기는 문제들이 없어서 분산 투자를 하겠습니까? 집적의 효율과 위험의 분산을 어떻게 할지 균형을 잡아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 그렇다고 정부가 지방으로 이전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잖습니까.
“강요한다고 오겠습니까? 투자의 마지막 결정은 기업이 합니다. 기업이 투자를 어디로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기업이 필요한 조건들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가 문제인 거죠.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안전성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균형발전 과제 등 모든 걸 종합적으로 놓고 가장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정부가 SK나 삼성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이재명 대통령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부 반도체 벨트’에 투자를 제시했습니다. 이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대안이 되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반도체 산업의 다양한 분야를 지역별로 육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겁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가 있는 곳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 전력 반도체 수요가 많은 곳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 소재·부품·장비 산업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들을 하나의 벨트로 만들어보자는 거죠.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용인 반도체 산단은 반도체 벨트의 핵심 기지가 되는 건데, 여기에다 모든 걸 다 모으는 게 맞는 건가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거예요. 일각에서 ‘반도체는 용인에서 해야 하는데 자꾸 가면 안 되는 지방에 보내자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저는 이 사안의 논의를 건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기업 입장에서도, 정부의 균형발전을 포함한 반도체 산업 안정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차원에서도 서로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 대전·충남, 광주·전남의 통합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도 통합은 지방시대위원회를 넘어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야 하고 그래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시도 간 행정통합은 특별법으로 가능합니다. 대전·충남의 경우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돼 있고 광역의회의 동의도 받은 상태입니다. 광주·전남은 지역 언론 여론조사를 보니 찬성 의견이 매우 높아서 특별법 제정 속도를 내도 되겠습니다. 통합에 필요한 여러 가지 특례를 어떻게 어떤 범위로 인정할 건지를 지방시대위원회가 산업통상부 등과 협의 중입니다. 대통령과 정부는 시도 간 행정통합이 이루어진다면 재정과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하는 방안을 계획 중입니다. ‘시도 통합하니 저런 것까지 주는구나’ 그래야 다른 데도 할 거 아닙니까?”
- 구체적으로 무얼 줄 수 있을까요.
“재원을 자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예산을 많이 늘리는 게 제일 관건입니다. 제가 도지사 할 때도 가장 답답했던 게 중앙정부가 국비 지원 사업이라면서 전부 공모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 거예요. 국비 지원 사업을 중앙부처가 발표하면 전 시도가 다 달려들어 예산을 따려고 난리를 피우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이런 걸 막기 위해서라도 이재명 정부는 균형발전특별회계 안에 있는 사업들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포괄 보조금을 대폭 늘렸어요. 지난해 3조8000억원이던 것이 올해는 10조6000억원으로 7조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깜짝 놀랄 정도였는데, 이건 대통령의 의지이기도 합니다. 또 같은 사업이라도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을 우선 지원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지역 정당 활성화·교사 정치 참여 필요
- 지방선거 전 시도 통합은 너무 속도가 급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제 어떻게 준비해서 속도감 있게 추진하느냐의 문제이지 통합 자체가 무리한 일정은 아니라고 봅니다. 시군구 통합이기는 하지만 마산·창원·진해 통합 당시도 지금과 일정이 비슷했습니다. 대전·충남이나 광주·전남은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면 이번에 통합 선거를 충분히 치를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대전·충남의 경우 찬성 여론이 그렇게 높지 않고, 대전시장께서 처음보다 발을 빼는 분위기던데 그런 미비점을 감안해서 추진해야 하겠죠.”
- 중앙의 권력 이양과 재정 지원도 필요하지만 지역 기반을 가진 정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당을 창당하면 중앙당의 주소지를 서울에 둬야 한다, 이 얼마나 전근대적인 서울 중심의 사고입니까? 또 그 결과를 보더라도 대립과 갈등이 너무나 심각하잖아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에서의 연합·연대·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과 구조를 활성화해야 하는데 그 하나가 지역 정당인 거죠. 그리고 지역당이 아니더라도 풀뿌리 정치가 활성화돼야 해요. 풀뿌리 민주주의와 풀뿌리 정치가 정당 정치의 기본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풀뿌리 정치 활성화를 가로막는 여러 가지 제도적인 장애물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교원과 공무원의 정당 가입 금지입니다. 정당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지금보다 훨씬 확대돼야 합니다. 유럽의 정당 활동을 보면 자기가 사는 지역의 커뮤니티 단위의 정당 활동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습니다. 그 주축이 선생님이에요. 이들이 동네에 이슈가 생기면 토론하고 해법을 찾고 자연스럽게 지방선거에서 지방의원이 돼요. 그러다 연임을 하면서 연방의원이 되는 거죠. 우리와는 전혀 다릅니다. 우리는 정치를 처음 접하는 초선 의원이 50%를 넘어요, 그러니 국회에서 정치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하는 거죠. 배울 만하면 또 선거 치러야 하잖아요.”
- 마지막 질문으로 오는 6월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지방시대위원회에서 해야 할 역할에 집중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출마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저는 경남으로 가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정치를 하기도 했고 경남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약속을 여러 번 했기 때문에 그 약속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부·울·경 메가시티가 5극3특이 되고 국가 정책으로 그 전략 설계도까지 나왔기 때문에 권역별로 성공 모델을 만들어내야 할 단계입니다. 부·울·경 지역에서 이런 성공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제가 필요한 역할이 있으면 어떤 역할이든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전북의 한 경찰서장이 사전 허가 없이 카페에서 미술작품 판매 전시회를 열어 논란이다.
12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A경찰서장은 지난달부터 관내 한 카페에서 미술작품 35점으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된 작품 중 일부는 7만원에서 100여만원에 판매됐다. A서장의 미술작품 판매는 국가공무원 복무 규정상 경찰공무원은 영리 업무를 목적으로 하는 겸직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직무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관장의 허가를 받으면 가능하지만, A서장은 별도의 겸직 허가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서장은 “인사혁신처의 영리업무 판단 기준인 ‘매일·매주·매월 등 주기성’이 없다고 봐 이번 전시는 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서장으로서 더 신중했어야 하는데 첫 전시회이다 보니 사려 깊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판매된 그림은 모두 거래를 취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해 A서장의 겸직 금지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왜 그 시절 우리는 저렇게 행동하지 못했을까.’
2018년 한창 쏟아지던 ‘스쿨미투’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쿨미투 당사자들이 폭로하는 내용은 내가 사립 여중·고를 다니던 10여 년 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일화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소위 ‘그때 그 시절’엔 훈육 이상의 폭력이 난무했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고등학교 입학 후 첫 체육 시간에 남교사에게 발로 차여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성희롱과 성추행도 빠지지 않았다. 글로 옮기기 부적절한 발언을 했던 것은 물론이고 여학생들을 끌어안거나 팔뚝 안쪽을 꼬집던 남교사도 있었다. 그는 수업을 앞둔 쉬는 시간부터 미리 교실에 와 있었는데, 애들은 자리를 피하려고 교실 밖으로 나가곤 했다. 피해 수위만 놓고 보면 그때 우리가 겪었던 일과 미투로 폭로된 사례는 별반 차이가 없다.
폭행과 성추행은 그 당시에도 형법에 처벌 규정이 분명히 있었으니, 그러한 행위는 그때도 분명 잘못된 것이었다. 모든 교사가 그랬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은 충분히 지탄받을 만 했다. 그러니 스쿨미투를 보며 믿기지 않는 동시에 ‘왜 나는 말하지 못했는가’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 우리도 똘똘하고 당찼다. 사춘기답게 때로 어른 알기를 우습게 알기도 했고 되바라지게 굴기도 했다. 친구들 여럿이 뜻을 모아 방학 보충수업에서 빠지는 것처럼 어떠한 종류의 집단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런 우리는 왜, 불쾌한 신체 접촉과 폭력에 관해선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어른이 되고도 한참 후에서야 불현듯 깨달았다. 우리가 멍청했거나 당차지 못했기 때문에 말을 못 했던 것이 아니라, 사회가 우리의 목소리에 화답하리란 기대를 갖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냥 넘어간 것이었겠구나. 그 당시 ‘말해봤자 아무도 우리 말을 들어주지 않을 거야’라는 좌절감에 매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10여 년이 훌쩍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그때 우리 세대에게,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결여돼 있던 것이 무엇인지가 비로소 보이게 된 쪽에 가깝다. ‘네가 학교를 다닐 때에도 체벌이 있었느냐’라는 어떤 중년 선배의 악의 없는 질문을 듣고는 얼마나 황당했던지. 폭로와 고발이라는 선택지를 몰랐던(알아도 별 수 없었던) 그때 그 시절이 괜히 억울해졌다.
들불처럼 번졌던 스쿨미투를 계기로 개인의 용기 있는 행동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가 마중물로 작용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익명의 학생들이 사례를 모아 폭로하는 출구로 소셜미디어가 활발히 활용됐는데, 소셜미디어에 그들의 용기를 받아줄 토양이 형성돼 있지 않았더라면 미투로 이어지지 못했을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 친페미니즘 성향 사용자들이 모인 계기로 ‘페미니즘 리부트’를 꼽을 수 있으니 결국 페미니즘 리부트가 10대 여학생들의 용기를 끌어낸 마중물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10대 여학생들의 용기는 다시 다른 여성들의 용기가 됐다.
스쿨미투는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시계열을 지난 10년으로 한정하고 봐도 수많은 연대가 작동했다. 2016년 5월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이후 포스트잇으로 뒤덮인 강남역 10번 출구는 연대 그 자체를 시각화한 듯 했다. 당시 사회부 사건팀 소속으로 포스트잇 1004개를 전부 채록하면서 동시대 여성들이 표출하는 연대와 분노를 체감했다. 폭우가 쏟아지던 추모 1주기에는 기자가 아닌 여성으로서 친구들과, 수많은 이들과 함께 우비를 걸치고 강남역 일대를 행진했다.
[인터랙티브] 강남역 10번 출구 1004명의 목소리
2016년 10월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이후 터져 나온 문화예술계 성폭력 폭로,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미투, 2018년 3월 김지은씨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폭로 등 연이은 사건들은 동떨어진 개별 사건으로 보이지만 실은 여성이 다른 여성을 어둠 밖으로 끌어내는 연대의 연쇄였다. 미투 당사자들의 발언을 되짚어보면 수많은 (잠재적) 피해자와 다음 세대 여성을 향한 책임감이 역력히 드러난다.
서지현 검사는 미투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라고 했다. 미투의 동기 또한 “저 같은 고통을 겪는 후배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올렸던 것”이었다. 서 검사는 이후 그해 11월 인터뷰에서는 가해자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로 “저 이후에 용기를 내서 미투를 하신 분들이 행복을 찾으셨다면 어쩌면 저도 그냥 사표를 쓰고 제 삶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많은 피해자들이 역고소를 당하고 창녀라는 소리를 듣고 온갖 음해와 2차 가해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밝혔다.
김지은씨는 책 <김지은입니다>에서 “한국에서 미투가 시작된 이후 그동안 침묵했던 여성들이 서서히 말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보면서 고민하고, 용기 내고, 주저하고를 반복했다”고 밝혔다. 그가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고발에 나선 이유는 “검은 그림자가 후배에게 다가가고 있었”고 “멈추지 않는 범죄를 방조하며 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플랫]“읽어서 연대한다” <김지은입니다>를 다시 주문하는 이유
그 역시 자신과 연대하는 이들로부터 용기를 얻었다. 그가 방송에서 피해 사실을 폭로한 이후 일부 동료들은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꾸렸고 그의 전화를 받은 선배는 “도와줄게”라고 답했다. 수많은 ‘김지은들’이 거리로 나왔다. 김지은씨는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는 잘못이 없고,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해주는 것, 그 말 한마디에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성폭력 피해자는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온다”고 썼다.
21세기의 미투는 20세기에 여성들이 오래 묻어뒀던 일도 다시 되살려냈다. 1964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절단한 혐의로 젊은 날 옥고를 치렀던 최말자씨는 국내외에서 번진 미투 운동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 여성단체를 찾아 도움을 받고 증거를 모아 2020년 재심을 청구해 지난해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말자씨는 평생에 걸친 투쟁 끝에 ‘혀 절단 사건’으로 기록됐던 자신의 과거를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로 다시 썼다. 그는 무죄를 선고받고 나서 다른 피해자들에게 “나와라, 나오면 혼자가 아니다. 가슴에 있는 한을 풀고 당당히 내 인권을 찾으라”고 마중물을 부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성폭력 피해를 입었던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한 계기 또한 서지현 검사의 미투였다. 피해자들의 증언이 모이며 이들이 겪은 일은 ‘집단적 경험’으로 구성될 수 있었다. 5·18 성폭력 피해자 모임 ‘열매’와 서지현 검사는 2024년 9월 만나 서로가 서로의 용기였다고 말했다. 정부 공동조사단에 가장 먼저 조사를 신청한 최경숙씨는 “검사님 덕분에 내가 여기에 있다”고 했고, 서지현 검사는 지난해 11월 ‘열매’ 기자회견에서 “5·18 성폭력 피해자들이 제 미투를 보고 용기를 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참 많이 울었다. 이렇게 우뚝 선 이들의 모습이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서로의 증언자]‘익명’으로 남은 ‘5·18 성폭력 조사 보고서’…‘본명’으로 나타난 ‘증언자’들
한 여성이 용기를 내고, 그 용기에 다른 여성들이 연대를 보내고, 그 연대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또 용기를 내고…. 기사나 아카이브에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이들도 누군가의 용기가 됐을 것이다. 편의상 최근 10년으로 한정했을 뿐, 사실 전체 여성운동사가 곧 이러한 용기-연대-용기-연대의 순환 과정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난 10년 동안 미투만이 아니고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임신중지 합법화 시위, 페미사이드 철폐 시위, 딥페이크 성착취물 규탄 시위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저항이 터져나왔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나는 너다’, ‘위드 유(With you)’ 등의 구호는 최초의 출처를 추적하는 일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여성들의 입에 착 붙었다. 시위에 나온 여성 중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나온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한 이들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은 먼저 간 누군가와 다음에 올 이들을 위한 몫까지 저마다 2인분, 3인분씩의 의무감으로 길거리에 나오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후원 활동에 나섰다. 그렇게 더 많은 여성들이, 피해자들이 어둠 밖으로 나왔다.
여성 연대란 것을 들여다보면 참 신기하다. 여성들은 일찍이 여성 인권을 외쳤던 앞선 세대 여성에게 빚지는 동시에 다음 세대 여성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의무감에 빚진다. 빚을 독촉하는 이가 없어도 그렇게 되는 것이 여성 연대의 신비로운 자연스러움이다.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여성운동사를 알아가다 보면 그리고 동시대 여성으로서의 감각을 깨우다 보면 그렇게 된다.
이 연대감 앞에서 ‘네가 당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 ‘심하게 차별받은 건 윗세대 아니냐’는 비아냥은 곧바로 힘을 잃는다. 먼저 목소리를 낸 이들이 얼마나 큰 용기를 끌어모았을지 알기에, 그 용기에 빚을 졌기에 연대로나마 화답하는 것이다. “나 같은 피해자가 더는 나오지 않길 바란다”, “다음 세대 여성들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흔한 말도 전부 진심일 것이다. 여성들은 세대를 넘어 국경을 넘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스쿨미투 당시 나를 강력하게 후려쳤던 감각 중 하나 역시 부채감이었다. 미투가 나온 학교 목록에 모교가 있을지, 있다면 그 가해자가 ‘그때 그 시절’과 같은 교사일지 조마조마하며 알아볼 때의 심정은 차마 말할 수 없다. 그때 우리가 침묵한 탓에 가해자를 후배들에게 물려줬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잊히지 않는다. “쪽팔리고 창피해서”, “죄책감 때문에” 조직의 배신자란 낙인을 무릅쓰고 김지은씨의 편에 섰다는 연대자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용기에 연대라는 답을 보내야겠다’, ‘그렇게 해서 더 많은 이들이 용기를 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해야겠다’ 싶으면서도 사실은 ‘나와서 말하세요’라고 할 수 없다는 점도 잘 안다. 미투 당사자, 집회 주최자와 참가자, 발언자 등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용감한 이들이다. 그들이 평범하고 특별히 투쟁적이지 않은 편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할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먼저 나선 이들이 짊어진 짐을 보면 용기의 대가는 만만치 않다. 이 연대의 끝에는 개인이 끌어 모아야 하는 용기의 크기가 지금보다 훨씬 작아진 사회가 있길 바란다.
‘여성들이 그렇게 목소리를 냈음에도 세상이 변한 것이 없다’는 류의 회의가 떠돈다. 바뀌는 게 없는 것 같아 지쳤다는 여성들을 종종 접했다. 이는 곧 ‘페미니즘 리부트가 이룬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내가 이해하기로 페미니즘 리부트는 2015~2016년 즈음 터져나온 단일한 결절점이라기보다는, 이 글에서 언급된 사건들을 포함한 일련의 흐름이다. 그 흐름 속에서 형성된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여성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라고 답하겠다. 지난 10년은 여성들이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기 위해 분투했던 시기로 기억될 만하다. 세상이 여전할지라도 우리가 달라졌다면 우리가 뭉칠 수 있는 만큼의 세상은 바꿀 수 있는 것 아닐까. 어쩌면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이미 바뀌었을 수도 있다.
이 연대가 지속될지에 관해서는 저널리스트 레베카 솔닛이 재난 현장에서 찾아낸 연대와 변화의 가능성을 빌어 이야기하고 싶다. 솔닛은 대지진, 테러, 허리케인 등이 휩쓸고 지나간 지역에서 디스토피아적 예단과는 달리 연대라는 감정이 솟아난 현상을 저서 <이 폐허를 응시하라>로 써냈다. 재난 그 자체가 천국이었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재난 속에서도 인간애와 사회 변혁, 공동체 의식을 꽃피워냈다는 것이다. 재난이 연대의 원인이었다기보다는 평소엔 물 밑바닥에 깔려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연대가 재난으로 물이 휩쓸려나가니 드러났다는 쪽에 가깝다.
솔닛은 이렇게 말한다. “재난은 기본적으로 끔찍하고 비극적이고 슬픈 일이며, 제아무리 긍정적인 효과와 가능성이 부수적으로 나타난다 해도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마찬가지 이유, 즉 재난 속에서 생겨났다는 이유로 그런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자각한 열망과 가능성은 너무도 강력해서 폐허 속에서도, 잿더미 속에서도, 아수라장 속에서도 빛을 발한다. (중략) 요컨대 재난을 환영하자는 게 아니다. 재난이 이런 선물을 창조하지는 않지만, 선물이 도착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읽으며 재난의 자리에 젠더폭력, 성차별, 여성 억압을 대입해 보았다. 그 자체로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것을 계기로 여성들은 열망과 가능성을 자각하게 되고 다른 여성과 연대하게 된다. 우리의 본성이 크게 뒤바뀌지 않는 한 젠더폭력, 성차별, 여성 억압은 연대의 고리를 더 선명하게 드러낼 것이다.
최근 코미디언 강유미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중년 남미새’ 영상이 큰 화제가 됐다. 이 영상에는 댓글이 무려 2만2000개 이상 달렸는데, 중년 여성 내면의 여성혐오를 풍자하는 내용에 맞춰 ‘그럴 시간에 아들 교육 잘 시키라’는 성토의 집합소가 됐다. 그중 자신을 학생이라 소개한 여성들의 댓글이 눈길을 붙잡았다. 이들은 학교에서 동년배 남학생들이 얼마나 무분별하고 일상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는지 폭로하고 있다. 과거 스쿨미투가 어른-아이, 교사-학생의 위계 구도 속에서 빚어졌다면 이제는 동년배가 성별에 따라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뉜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든다.
[플랫]스쿨미투 7년, 여전히 성범죄에 관대한 교실
이것을 보며 만약 10대 여성들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한다면 기성세대로서의 나는 어떤 연대를 보내야 할지 고민해 봤다. 당하고도 말하지 못했던 그 시절을 지나온 어른은 이제 말하려는 이들을 위해 어떤 사회적 여건을 마련해줘야 할까. 용기를 낸 개인의 짐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을까. 역시 또 부채감이 작동한다. 이처럼 ‘연대할 거리’가 끝이 없다.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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