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심 법안’에 서명…“역사상 최대 감세…세계 최고 군대 갖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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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07-07 00:07 조회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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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감세와 국경·이민 단속 강화, 부채한도 상향,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 지우기 등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주요 국정 의제에 관한 조치를 아우르고 있다.
개인 소득세율 및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총 4조5000억달러(약 6140조원)에 이르는 각종 감세 조치가 포함됐다. 감세를 상쇄하기 위해 메디케이드와 저소득층 식료품 지원제도 ‘푸드 스탬프’ 관련 예산은 대폭 줄었다.
불법 이민자 차단·추방을 위한 국경 장벽 및 구금시설 건설 비용, 적국의 탄도 미사일 등으로부터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한 ‘골든돔’ 구축을 비롯한 국방비 확대 등도 법안에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전 백악관 발코니에서 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트럼프 감세를 영구화했다. 이는 역사상 가장 큰 감세”라며 “현재 우리는 모든 종류의 경제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으며, 법률이 시행되면 우리 경제는 로켓처럼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건국 250주년을 맞이하는 정확히 1년 후 중산층을 부유하게 하는 경제, 주권을 지키고 안전한 국경, 세계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군대를 갖춘 국가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명식 행사는 군인 가족 피크닉과 함께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소속 상·하원 의원들을 모두 초청했다.
행사 도중 축하의 뜻으로 이란 핵 시설 폭격에 동원됐던 미 공군 전략폭격기 B-2 등이 백악관 상공을 비행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5일(현지시간) 신당 ‘아메리카당’ 창당을 발표했다. 머스크는 이날 엑스에 글을 올려 “낭비와 부패로 국가를 파산시키는 것은 우리가 민주주의가 아니라 일당 체제에 살고 있다는 것”이라며 “오늘 아메리카당이 여러분에게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 창당됐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트럼프표 대규모 감세안을 담고 있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공개 반대하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거론해 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서명한 전날(미 독립기념일) 소셜미디어에서 창당 찬반 여론조사를 했다. 머스크는 “(찬반) 2 대 1의 비율로 여러분은 새 정당을 원하고 있고, 따라서 그것을 가질 것”이라고 창당을 공식화했다.
머스크는 신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핵심 경합지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들의 경선 낙마를 공략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는 “전장의 정확한 위치에 극도로 집중된 병력”을 동원해 “단일정당 체제에 균열”을 내겠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전날에는 구체적으로 “상원 의석 2∼3석과 하원 선거구 8∼10곳”을 목표로 언급했다. 상·하원에서 일정한 의석을 확보해 ‘캐스팅 보트’를 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정당’인 공화당을 견제하는 제3당으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목표로 보인다.
머스크는 아직 연방선거위원회에 공식적인 창당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는 창당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머스크가 최근 정당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에 대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으며, 논의 내용이 실용적이기보다는 개념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머스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연방정부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하면서 ‘2인자’ 위상까지 누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의제를 담은 감세법안을 계기로 두 사람의 갈등이 폭발했다.
머스크의 창당이 원하는 결과를 거둘 수 있을지를 두고는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억만장자 머스크는 손쉽게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대선 및 중간선거에서 약 3억달러(약 4096억원)의 후원금을 공화당에 쏟아붓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 머스크가 거액을 후원한 후보 대신 진보 후보가 승리하는 파란이 일어났다. DOGE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머스크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공화당 고액 후원자인 에릭 러빈은 더힐에 “머스크가 경쟁력 있는 (A팀) 후보들이나 신뢰할 만한 사람들을 데려오지 않는 한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측근이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 영향력이 큰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비미국인이 아메리카당을 시작하려 한다”면서 “머스크 당신은 미국인이 아니라 남아프리카인이고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추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가 검찰개혁을 추진할 법무부 장관 내정, 차관 및 민정수석 임명을 마치자마자 윤석열 정부 인사들을 배제한 검찰 주요직 새판짜기에 나섰다. 임은정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0기)는 검사장으로 승진해 서울동부지검장에 임명됐다.
법무부는 1일 “대검검사급(고검장·검사장) 검사 3명에 대한 신규 보임과 대검검사급 검사 4명,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검사 2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오는 4일자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차장에는 노만석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29기)이 임명됐다. 노 신임 차장은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해 서울고검 차장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을 역임했다. 2018년 박근혜 정부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을 수사한 군·검 합동수사단장을 지냈다. 노 차장은 심우정 검찰총장이 물러나면서 새 총장 취임 전까지 상당 기간 총장직을 대행하게 됐다.
전국 최대 검찰청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정진우 서울북부지검장(29기)이 임명됐다. 중앙지검장은 지난달 3일 이창수 전 지검장이 사퇴한 뒤 한 달간 공석이었다. 정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중앙지검 1차장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 첫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과학수사부장을 맡았다.
금융·증권범죄를 중점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에는 김태훈 서울고검 검사(30기)가 임명됐다. 김 신임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때 대검 정책기획과장, 법무부 검찰과장, 중앙지검 4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윤석열 정부 들어 좌천돼 부산고검과 서울고검 검사로 있었다.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은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띈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 사건 위증교사 의혹을 감찰했고, 현재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정치행정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SNS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검찰개혁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법무정책을 총괄하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에 최지석 서울고검 감찰부장(31기)이, 검찰 인사·조직·예산을 총괄하는 핵심자리인 검찰국장에 성상헌 대전지검장(30기)이 임명됐다. 최 신임 실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장도 맡는다. 송강 현 검찰국장(29기)은 광주고검장으로 발령났다. 임세진 법무부 검찰과장(34기)과 김수홍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35기)은 자리를 맞바꿨다.
이진동 대검 차장(28기),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28기),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29기), 변필건 법무부 기조실장(30기)은 사퇴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에서 검사장·고검장으로 승진해 요직을 거쳤다.
이번 인사는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과 가까운 여당 5선 중진인 정성호 의원이 법무부 장관에 내정되고, 봉욱 민정수석,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임명된 지 이틀 만에 단행됐다. 새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본격적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하기 전 검찰 지휘부 인적구성을 바꿔 동력을 확보하려는 사전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는 “새 정부 출범에 따라 분위기를 일신하고 국정기조에 부합하는 법무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비교섭단체 5당 지도부의 오찬 자리에서 “차질 없는 검찰 개혁”을 약속했다. 검찰 인사 논란에는 “검찰은 도구로 쓰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 대통령이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를 민정수석에 임명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중용된 검사들을 검찰 요직에 보임해 조국혁신당 등에서 비판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비교섭단체 5당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했다. 오찬에는 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과 서왕진 원내대표, 진보당 김재연 대표와 윤종오 원내대표, 개혁신당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겸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수사·기소 분리가 검찰 개혁의 핵심인데 인사 대상인 공무원들은 그 일들을 하기 위한 도구”라며 “인사가 방향을 흔들 일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의 대통령 3년, 검찰총장 2년, 그 전까지 따지면 윤석열과 안 엮인 검사가 어디 있겠냐”며 “사람은 쓰기 나름이다. 다 배제하면 쓸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오찬 직후 브리핑에서 “최근 검찰 인사와 관련해 여러 우려가 전달됐고 이 대통령은 본인이 정치검찰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말했다”며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 의지 약화 우려 때문 아니냐’ 반문하고 다시 한번 약속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돼 이번에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충남대 총장 시절 불통 논란이 불거진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내정자 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우 수석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5당 지도부 몇 분이 제기한 인사에 대한 우려를 잘 유념하며 특히 농업·교육 부문 정책은 책임지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나가겠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조국 전 혁신당 대표의 사면·복권에 건의에는 즉답을 피했다. 다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9일만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10일만에 사면을 단행했다는 설명에 이 대통령이 “그렇게 일찍 했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집중 단속한 건설노조·화물연대 노동자 사면에 대해선 “내가 노동법 전문가 아니냐”며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 수형 실태 파악을 지시하며 “노동계와 적극적으로 대화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우 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 문제에 대한 관심과 석탄화력발전소 산업재해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다고 한다.
정치개혁 문제도 오찬 식탁에 올랐다. 우 수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국회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의 의견을 경청했고, 시민사회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사회대개혁위원회’ 설치에 대해선 “성의 있게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우 수석은 “오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며 “이 대통령이 (5당 지도부에) 앞으로 이런(회동) 기회를 자주 갖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랑스러운 우리 노동자의 날, 내가 사회에 발붙인 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권미경이 1991년 5월 1일 노동절에 쓴 일기 한 문장이다. 권미경이 태어난 건 1969년 6월 24일이다. 전북 장수에서 나 1971년 부산으로 이주했다. 1982년 2월 아미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다음 달 들어간 곳은 중학교가 아니라 보세 공장이다. 열세 살 때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배우려고 했다. 공장 일을 하며 동주여자중학교 야간부를 다녔다. 1985년 졸업했다. 고등학교로 진학하지 못했다. 공장을 계속 다녔다. 1985년 3월~1987년 10월 대일산업, 같은 해 10월~1988년 12월 청산, 1989년 1월~1990년 3월 세원에서 미싱사로 일했다. 그해 6월 대봉 재봉과로 들어갔다. 독일 아디다스 제품을 OEM방식으로 생산·수출하던 회사다.
이듬해 노동은 유달리 고됐다. 1991년 11월 14일자 일기에 쓴 구절은 다음과 같다. “노동자 생활 10년 가까이 해오면서 처음으로 결근계라는 것을 내어보았다. 참으로 억척스럽게 살아온 세월이 아니었나 싶다.”
몸이 괜히 아팠던 게 아니다. 권미경이 열세 살 소녀 노동자로 일한 뒤 처음 결근할 정도로 1991년 하반기 ‘노동 착취’는 고조로 치달았다. 권미경은 10월 11일자 일기에 “몸이 정신을 전혀 뒷받침해 주지를 못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피로 같은 걸 별로 느끼지 못했었는데, 요새는 몸이 쑤시고 저리고 하기야 사람이 일을 그렇게 죽어라 하는데 멀쩡하면 어디 사람인가 기계지”라고 썼다. “노동강도가 갈수록 더 심해져 간다. 신발산업 해외이전 문제까지 들먹여가며 아무것도 모르는 내 동료들을 그들은 희롱하고 있다”고도 적었다. 노동자들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이윤을 챙긴 기업주들은 신발 산업 위기에서 혁신보단, 노동자들을 더 쥐어 짜내는 손쉬운 방식을 택했다. 위기가 일을 덜 해서 생긴 양 몰아붙였다. ‘구사’와 ‘애사’의 이름으로 착취를 강요하고, 정당화했다.
최저임금 수준 정도만 받고 일했다. 최저임금 심의위원회가 1990년 10월 확정한 1991년 최저임금은 월 19만 2790원이다. 10년 차 숙련 노동자 권미경이 1991년 1월 받은 월급은 28만원인데, 연장수당 등을 뺀 기본급은 18만원이다.
전경련 등 당시 경제 5단체는 1991년 11월 22일 “10% 절약 더 하기, 10% 저축 더 하기, 10% 생산성 더 제고하기, 10% 수출 더 증대하기, 자발적으로 일 더 하기” 등 ‘5대 더 하기 운동’을 발표했다. 이들이 주최한 ‘기업체 5대 더 하기 운동 전진대회’에 당시 상공부 차관과 공단이사장도 참석했다. ‘착취의 정경 유착’였다. ‘애사’ ‘구사’에 ‘애국’이 더해졌다.
부산의 여러 공장 사장들은 ‘상여금 반납’, ‘토요일 연장 근무’, ‘30분 더 일하기’를 강요했다. 권미경이 다니던 대봉도 그해 11월 1일부터 목표량 달성을 위해 작업 강도를 올렸다. 11월 말엔 아디다스 새 신발 생산 목표치를 50%가량 늘렸다. 관리자들은 초시계를 가지고 다니며 목표랑 달성을 쪼았다.
권미경은 작업 목표량을 채우지 못해 수 차례 정신 교육을 받았다. 훈시를 듣느라 통근 버스를 타지 못한 적도 여러 번이다. 저녁밥도 챙기지 못해 연장 근로를 하며 잠깐 귤과 빵을 먹다가 간부에게 들켜 혼이 나기도 했다.
사측은 12월 들어 목표량 달성을 더 재촉했다. 연장 근로도 강요했다. 그달 6일 권미경의 19세 동료가 품질 불량 때문에 질책을 받았다. 조장과 반장이 이 동료에게 폭언을 쏟아내는 걸 보고 권미경은 울먹이며 “이곳이 바로 지옥이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권미경은 이날 오후 4시8분쯤 회사 옥상으로 올라갔다. 4시10분쯤 부산 신평동 대봉 본사 지하식당 앞 공터에서 발견됐다. 고신의료원에 옮겨진 4시24분 이미 숨진 상태였다. 그때 권미경 팔뚝엔 검정 볼펜으로 쓴 글이 적혀 있었다.
“사랑하는 나의 형제들이여! 나를 이 차가운 억압의 땅에 묻지 말고 그대들 가슴 깊은 곳에 묻어 주오. 그때만이 우리는 비로소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있으리.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 더 이상 우리를 억압하지 마라. 내 이름은 공순이가 아니라 미경이다.” 공장 간부들은 권미경을 권공순으로 부르곤 했다. 남성 노동자들은 ‘박공돌’ 등으로 호칭했다.
권미경은 늘 공부했다. ‘광장도서원.’ 1991년 봄 가입한 사하 공단 지역 노동자 독서 모임이다. 권미경은 광장도서원 노동 분과에서 노동 착취 같은 한국 사회 현실 문제를 깨닫는다. 사회, 노동, 여성에 관한 자각, 결의를 일기에 적어 내려갔다.
1991년 5월 6일자 일기에 이렇게 썼다. “그녀들만이 지니고 있는 미소가 날이 갈수록 어둡게 변해가는 것 같다. 한창 자연 속에서 꽃사슴처럼 뛰어놀아야 할 소녀들이 여기, 이곳 모든 게 제한되어 있는 작업장에서 노동에 그녀들의 꿈이 시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너무나 안타깝고 애처롭다. 내가 그녀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건 당일 질책을 받은 동료 노동자는 야간학교 학생이었다. 자신보다 어린 여성 노동자들에 연민과 동지애를 느꼈다.
사망 하루 전인 12월 5일자 일기엔 “바로 내 직장 동료들과 함께하고자 할 때만이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기지 않고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그해 10월 11일자엔 이렇게 썼다. “우리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싸우다 싸우다 피 터져 죽는 한이 있어도 그들과 함께 싸우고 싶다. 그래 짓밟아라! 니네들이 아무리 밟고 억압해도 우린 더욱더 강하게 다시 일어날 테니까.”
여성 문제를 자본주의 사회 노동 현장에서 깨달은 페미니스트였다. 7월 5일자 일기 제목은 ‘여성행방을 되새기며’다. “진정하고 아름다운 참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한 남성을 만나 단란한 가정을 꾸며 나가고 싶은 한 여성”을 “나 스스로 과감하게 거부한다”고 적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우리 여성들의 소박한 꿈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지는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지금에 어찌 한 나약한 여성으로 안주해버린단 말인가. 지금의 자본주의 구조가 깡그리 무너지기 전에는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결단코 나약한 여성이 아니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성으로 또는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서 똑같은 높이에 평등하게 설 수 있는 그 날까지 힘차게 걸어 나갈 것이다. 노동해방과 여성해방 그날까지.”
권미경은 1남 3녀 중 장녀였다. 열세 살 때 첫 노동을 시작할 때 홀어머니는 완구 공장에 다녔다. 오빠도 어렸을 적부터 노동을 했다. 아버지는 이전 사망한 듯하다. 권미경은 1991년 11월 14일자 일기에 “묵묵히 땀 흘리고 누구보다도 정직하고 순박하게 살던 울 아버지, 이 사회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마음이 여리고 강하지 못한 울 아버지는 그렇게 쓰러져갔다. 불쌍한 울아버지, 울엄마”라고 적었다. 권미경은 가족의 고난을 “사회에서 소외되고 멸시당하며 살아야 하는 빈민들”의 수난과 이어 생각하려 했다.
비극은 이어졌다. 오빠는 동생의 죽음과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1993년 3월 11일 부산 천마산 중턱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산일보는 “동생이 그렇게 비참하게 갔는데 내가 살면 무엇하느냐며 심하게 비관해 왔다”(1993년 3월 12일자)고 전했다
세상은 권미경 죽음 전 공장에서 벌어진 일을 몰랐거나, 알면서도 문제 삼지 않았다. 애초 문제라고 여기지 않았다. 대봉 사측은 권미경의 죽음을 두고 “외부불순세력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매도했다. 대봉의 대표이사는 권미경이 죽기 1주일 전 ‘수출 유공자’로 동탑 산업훈장을 받았다. 매일경제는 11월30일자 ‘대봉 올수출 2천만불 초과달성’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신발업체로는 드물게 노사화합, 시장다변화, 신소재개발, 기계 및 공장자동화, 품질고급화에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고 적었다. MBC는 사망 다음달인 1992년 1월 초 근로 시간 연장, 토요 휴무제 잠정 폐지 등 부산 신발업계의 ‘일 더하기 운동’을 ‘일하는 풍토’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당시 정부와 언론, 기업이 이윤과 착취의 대연정을 이루었다. 이 대연정은 무너진 적이 없다. 착취와 해고, 죽음에 관한 문제라면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지금 여기저기서 노동자들이 죽고, 고공농성을 해도 ‘이윤’ ‘수출’에만 초점을 맞춘 보도 관행은 지금껏 이어진다. 때로는 ‘국뽕’과도 연결한다. 파리바게뜨가 프랑스에 빵집을 내면 ‘K-베이커리’로 칭송하듯 말이다.
권미경 장례는 1991년 12월 22일 ‘부산 노동자장’으로 치러졌다. 경상남도 양산시 솥발산 노동 열사 묘역에 묻혔다. 이듬해 4월 5일 신발 산업 노동자들은 ‘고무노동자협의회’를 결성했다.
권미경의 투쟁은 노동사학자 남화숙의 <체공녀 연대기 1931~2011>(남관숙 옮김, 후마니타스)에도 실렸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인 박정혜는 2일 기준 541일째, 세종호텔 정리해고 노동자 고진수는 140일째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생사고투’는 대책위가 1991년 12월 10일 낸 낸 ‘고무노동자 권미경 열사 일기 및 관련 자료 모음집’ 등을 참조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홈페이지( 전문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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