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팔로워 늘리기 [전문가의 세계 - 이종필의 과학자의 발상법]핵추진 잠수함·AI 인프라·공공서비스…가장 소중한 ‘K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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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11-22 08:23 조회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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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은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 자산이라고 한다. 바닷속은 현재 인간이 가진 기술로는 쉽게 탐지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이 때문에 잠수함은 바다 위를 다니는 보통의 함정들에 비해 비대칭적인 작전수행능력을 갖는다.
한국은 잠수함의 이런 능력을 잘 보여준 나라이기도 하다. 다국적환태평양훈련인 림팩(RIMPAC)에서 한국 잠수함들은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2004년 림팩에 참가한 장보고함은 10만t급 핵추진 항공모함, 이지스 구축함, 순양함 등을 포함해 30여척을 격침해 훈련 상대편의 함대를 거의 전멸시켰다.
한반도 주변에 있는 일본과 중국, 러시아의 해군력은 우리보다 막강하다. 인구나 경제력 등을 고려했을 때 이들 해군의 수상함과 대칭적으로 숫자 경쟁을 벌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림팩 훈련의 교훈을 되짚어보면 비대칭 전력으로서의 잠수함이 가장 가성비 높은 선택일 수 있다. 다행히 우리는 재래식 잠수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고 있다.
재래식 잠수함은 디젤엔진과 2차전지의 조합으로 동력을 얻는 잠수함이다. 디젤엔진을 돌려(이때 공기가 필요하다) 전지를 충전하고 그 전기로 모터를 돌려 추진력을 얻는다. 여기에 연료전지 같은 공기불필요추진시스템(AIP)을 탑재해 공기가 반드시 필요한 디젤엔진의 단점을 보완한다. 우리 해군이 가장 최근에 진수한 장영실함은 리튬이온 전지와 AIP의 조합으로 잠항시간을 3주 정도로 획기적으로 늘렸다.
그럼에도 3주 정도의 잠항시간이 절대적으로 길다고 하기 어렵다. 속도를 높이면 배터리가 금방 방전된다. 그나마도 수상함처럼 빠른 속도로 운행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동력원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핵추진 잠수함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핵추진 잠수함의 주동력원은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이다.
기본원리는 핵발전소와 같다. 핵분열에서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로 물을 데워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직접 추진력을 얻거나 전기를 만든다. 중성자에 의한 연쇄핵분열이 에너지의 근원이므로 이 과정에서 공기는 전혀 필요가 없다. 한번 핵연료를 장전하면 최소 수년간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아도 된다. 잠수함의 비대칭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셈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가 왜 그토록 핵추진 잠수함을 필요로 하는지 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상대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추적하고 감시하는 데에도 핵추진 잠수함이 꼭 필요하다. 또한 잠항 기간이 사실상 무제한이기 때문에 원양 작전에서도 유리하다. 해상무역로에 국가 경제가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 또한 사활적인 문제이다. 이처럼 핵분열 에너지로 추진력을 얻고 상대 함정을 견제·공격하는 핵추진 잠수함을 공격핵잠수함(공격핵잠)이라 한다.
핵추진으로 극대화된 은밀성에 대량살상무기가 탑재되면 국가의 운명을 짊어지는 전략무기로 탈바꿈하게 된다. 잠수함에 핵탄두가 실린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전략핵잠)이 바로 그것이다. 전략핵잠은 거의 모두 핵분열 에너지로 추진된다.
국방부에서는 공식적으로 핵추진 잠수함, 즉 핵잠이라는 용어보다 원자력추진 잠수함, 즉 원잠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했다고 한다. 말만 다를 뿐이지 본질은 똑같다. 우라늄 원자핵이 연쇄핵분열을 할 때 방출되는 에너지로 물을 데워 그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에너지의 근원은 원자 속의 원자핵이 분열하는 현상이다. 그래서 원자력 에너지라고 하든 핵 에너지라고 하든 다 같은 말이다. 발전소에서는 원자력 발전소/핵 발전소라는 말을 병행해 쓴다. 다만 에너지의 근원에 좀 더 가까운 말은 핵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영어에서도 공격형 원잠/핵잠은 Ship Submersible Nuclear(SSN)로 구분한다. 얄궂게도 우리 언어 습관에서는 ‘원자력’은 보다 긍정적이고 ‘핵’은 보다 부정적인 뉘앙스를 더 많이 담고 있다. 예컨대 ‘원자력 무기’보다는 ‘핵무기’가 더 입에 잘 붙는다. 그래서 보통 원잠은 핵무기를 싣지 않은 원자력추진 잠수함, 핵잠은 핵무기를 실은 핵추진 잠수함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국방부에서는 이런 우려를 의식해 지금 우리가 추진하는 잠수함이 핵무기를 실은 핵잠이 아니라 핵무기가 없는 원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이후 다시 핵잠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했다고 한다).
핵무기를 실은 전략핵잠의 임무는 공격핵잠과 달리 자국이 적국으로부터 선제 핵공격을 받았을 때 그로부터 살아남아 적국에 2차 보복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전략핵잠은 지상의 탄도미사일이나 전략폭격기보다 훨씬 더 은밀하기 때문에 적국이 선제 핵공격으로 아군의 핵전력을 모두 없애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적국은 아군 전략핵잠의 2차 보복공격 때문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이 결과를 알고 있다면 적국은 우리에게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없다. 이른바 상호확증파괴에 의한 공포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전략핵잠은 그 존재 자체가 자국을 지키는 궁극의 방패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은 이미 재래식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을 보유하고 있다. 핵잠을 만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수직발사관을 설치할 수 있겠지만 거기 들어가는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는 없다. 아직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무계열 미사일이 아무리 뛰어나도 도시 하나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핵탄두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다만 재래식 미사일이나마 은밀하게 발사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새로 생긴다면 적국의 주요 시설 등에 예기치 못한 타격을 입힐 수는 있을 것이다.
예전의 칼럼에서도 썼듯이 우리는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더라도 앞으로 계속 핵비확산 체제를 철저하게 준수해야 하며 국제사회로부터 그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성공할 수 있다. 다만 비확산 체제의 울타리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지켜보면서 나는 핵추진 잠수함 이외의 또 다른 두 가지 ‘비대칭 전력’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는 엔비디아가 GPU 26만장을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것과 관련이 있다.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첨단의 GPU를 한국에 우선 공급하겠다는 파격적인 결정의 배경으로 젠슨 황 CEO는 한국이 소프트웨어, 제조, AI 등 3가지 핵심 기술을 모두 갖춘 드문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은 GPU 5만장을 정부에 투자한 최초의 국가라는 점도 덧붙였다.
이런 태도는 젠슨 황만의 유별난 한국 사랑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지난 9월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AI 산업 투자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래리 핑크 회장은 한국이 아시아의 AI 수도가 되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10월에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 협약을 맺고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 가히 AI 혁명기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지금 이 시기에 한국을 향한 일련의 흐름이 이어지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AI 혁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AI의 발전 전망에서 피지컬 AI가 중요하리라는 점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AI가 물리적 실체와 결합해 실제 물리적인 현실 세상과 상호작용을 하는 단계를 뜻한다. 여기서 한국이 비대칭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분야가 제조업이다. 한국은 자동차, 조선, 반도체, 배터리, 철강 등에 이어 이제는 화장품과 첨단무기도 잘 만드는 나라이다. AI가 물리적 실체를 입고 현실세계와 소통하며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키게 하려면 한국만큼 좋은 나라를 찾기 어렵다. 한국의 포털 업체가 구글을 넘어서거나 우리의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 모형이 글로벌 빅테크들을 능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물론 그럼에도 너무 뒤처지지 않게 노력은 기울여야 한다). 제조업은 다르다.
AI가 제조업을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는 한국이 굉장히 많이 확보하고 있다. 이 기회를 잘 살리면 우리가 AI 산업혁명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 수도 있다. 한국은 디지털행정에서도 앞서 있기에 공공서비스 분야 또한 AI 혁명에 동참할 우리의 비대칭 전력이라 할 수 있다.
나머지 하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신라 금관과 연결된다. 드라마와 영화, 노래 등 콘텐츠를 잘 만드는 나라라서 그런지 역시 한국은 사람의 마음을 간파하고 움직이는 능력이 참 뛰어난 것 같다. 이른바 ‘소프트파워’이다. 후대 역사는 “금관 모형으로 핵잠을 얻었다”고 기록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천년 전 조상님들의 뛰어난 솜씨 덕분에 지금 후손들이 큰 덕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일각에서는 이번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두고 어쨌든 결과적으로 날강도에게 두 눈 뜨고 국부를 뺏긴 것과 같다고 격분하지만(전혀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국가 간의 현실적인 역관계도 무시할 수는 없다. 우리는 미국처럼 동맹국까지 압박하거나 중국처럼 역공을 날릴 정도로 경제력이나 군사력, 외교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나라의 힘을 좀 길러야 되겠다”고 했겠나. 이 와중에 우리의 소프트파워는 하드파워를 메워주는 강력한 비대칭 전력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한국 콘텐츠 경쟁력의 원동력이 섬세한 감정 빌드업의 높은 완성도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도 여러모로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이 또한 척박하고 좁은 국토에 자원도 없고 인구도 애매한 우리가 수많은 외침과 내전을 겪으면서도 이렇게까지 버티며 살아남으려고 했던, 피눈물 나는 분투의 결과물인지도 모르겠다. 그 모든 비대칭 전력에서도 가장 소중한 것은 아마 사람이지 않을까? 결국 우리가 믿을 건 인재밖에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미국의 압박도 중국의 위협도 아니다. 의대와 부동산에 미친 우리의 자화상이 우리 자신을 파멸시킬 가장 강력한 ‘역비대칭 전력’이다.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양해각서(MOU)가 발표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부터 요구한 대미투자 확대, 비관세장벽 추가 양보, 주한미군 지원비 증액이 모두 그대로 반영됐다. 정부가 미국의 일방적 요구 앞에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주권국가 간의 협상이라기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제조업 도시의 기초지자체장으로서 바라보는 한·미 간 합의 내용은 심각성이 더욱 크다. 상업적 합리성을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미국 주도의 불확실성’이 크다. 게다가 6000억달러에 달하는 정부와 기업의 각 분야 대미투자는 2025년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 규모의 6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렇게 막대한 투자금에 대한 수익 배분 문제도 있지만 원금 회수 자체가 확실치 않은 것은 더 큰 문제다. 분할 투자로 외환 안정성을 담보한다지만, 그럼에도 국내 외환보유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규모와 불확실성’의 문제는 결국 국내 중소기업과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부담으로 떠넘겨질 수 있으며, 국내 제조업의 미래와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제조업 도시 울산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전기차 라인 생산 중단을 경험한 사업장, 철강 수출이 막혀 휴직을 경험한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한숨이 깊다. 조선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나 관리자들도 ‘돈은 돈대로 빠져나가고 국내 생산은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크다. 가까운 포항, 마산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동차 품목관세가 15%로 낮춰진다 해도 이미 미국 현지 투자와 생산이 확대되어 국내 생산이 영향을 받는 상황이며, 철강은 한·미 간 논의 대상으로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조선업 국내 생산 또한 향후 미국 법 개정 등 추가협상이 되어야만 그 윤곽을 알 수 있는 상황이다.
국회와 정부는 현란한 착시에서 벗어나 우리 앞에 놓인 엄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미투자특별법 통과를 서두를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협상 결과를 분석하고 무엇이 진정으로 국익에 부합하는지 따져야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관세 소송 결과도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이기에, 국회와 정부는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국내 제조업 공동화 우려를 해소할 제조업 발전·지원 전략을 세우고 제출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 협력업체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은 미국 현지 투자로 살 수 있지만, 협력업체는 그렇지 않다. 대기업·중소기업 생태계가 무너지면 한국 제조업 기반이 약해지고, 국가 경제 위기로 이어진다. 미국이 그 생생한 사례 아닌가.
재계에도 촉구한다. 재벌 대기업의 성장은 노동자와 중소기업의 힘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 확대는 국내 중소기업과 노동자에게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관세 지원 같은 협력업체에 대한 부분적인 지원이 아니라 국내 제조업을 유지,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지키고 확대할 방안을 내놓을 책임이 있다. 한·미 관세 문제가 국내에 미칠 영향이 클 수 있으며, 3500억달러를 국내에 투자한다면 무려 3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한국은행 발표는 시사점이 크다.
3년 임기의 트럼프가 50년 역사의 울산 제조업 등 전국의 제조업 주력도시의 미래를 위기로 빠뜨리게 할 수 없다. MOU 서명을 했다고 우리에게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다. 지난 수개월간 힘겹게 대응해온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냉철한 분석과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민을 믿고 새로운 결단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미국 시장만 있는 것도 아니다. 수출 다변화, 내수 확대, 기초산업 육성 등으로 한국의 저력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눈앞의 문제에 조급해하지 말고, 국가 경제의 100년을 내다보고 신중하게 임할 것을 촉구한다.
나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찼다. 내 명예에 흠집이 났다는 생각에 몰두하고 있다. 불안하고 화가 나서 주변은 안중에도 없다. 문득 창밖에서 기척을 느낀다. 황조롱이 한 마리가 활강하는 것을 발견한다. 자아는 자취를 감추고 이제 황조롱이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다시 돌아와서 본 내 문제는 덜 중요해 보인다.
이것은 철학자 아이리스 머독이 든 일화다. 내면에 갇힌 현대인이 자연을 통해 변화하는 순간을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책 저책에서 인용되는 이 일화를 읽을 때 나는 심드렁했다. 아니, 새 한두 번 보나. 새를 보며 깨달음을 얻는다는 게 인간 중심적이라고 여겼다.
주말에 순천으로 여행을 갔다. 기차역에서 습지대로 걸어가는 길에 저어새를 만났다. 부리를 물속에 넣고 이쪽저쪽 저어서 수생동물을 잡아먹고 있었다. 몸이 새하얗고 부리와 다리가 까맣다. 겨울에 접어들면서 뒷머리 장식깃이 없어진 모습이다.
큰 몸집으로 물을 저어 저어 가고 있는 저어새 쪽으로 오리들이 편대를 이루어 다가왔다가 물러난다. 순천만으로 흐르는 작은 개천 이편에는 오래된 아파트가 있고 저쪽에는 새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장 가까이에서 먹이잡이하는 새들에게는 포클레인 소리와 아파트 주민들 시선이 위협적이지 않은가 보다. 억새풀이 가을볕에 빛난다. 일하는 평일에 잘 느낄 수 없는 마음으로 변한다.
해야 할 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었다. 게다가 추석 때 산에 갔다가 전신에 생긴 알레르기가 나아질 기미가 없다. 토요일 오전 기차를 타느라 진료시간을 놓쳐서 월요일 아침에 병원에 가야 한다. 지금 당장 괴로운데 어떻게 해야 하나. 나에 대한 생각으로 몰두한 와중에 저어새를 만난 것이다.
순천만국가정원 모니터링에 따르면 올해에는 흑두루미 5000여마리가 찾아왔다. 재두루미, 독수리, 큰고니는 한 자리 숫자이고 오리류 1만3000마리와 함께 노랑부리저어새는 50여마리 보인다고 한다. 한국에서 드물게 보이는 노랑부리저어새를 10여마리나 만난 해룡천은 2008년부터 펼친 하천복원사업으로 되살아났다. 어쩐 일인지 지난 1월에는 잉어, 붕어가 집단 폐사해서 철새가 이들을 먹지 못하도록 순천만보전과 직원 두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는 기사도 있다. 작은 하천에 많은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조금씩 주의가 바깥으로 향했다. 그것은 그저 자기를 잊은 상태가 아니라 더 널찍한 정신적 행위가 가능해진 것이다. 아이리스 머독의 새 일화를 두고 영문학자 일레인 스캐리가 내린 해석인데, ‘널찍한’이라는 말이 재미있다. 머독이 그린 의식의 변화가 스캐리에게서 공간의 확장이 된다. “자기를 보호하는 데 봉사하던 모든 공간이 이제 자유롭게 다른 무언가를 위해 봉사한다.”
‘아름다움과 정의로움에 대하여’의 이 대목은 새를 지키거나 글로 쓰고 그림 그리는 사람들의 행위를 설명해준다. 그것은 세계 안에 있는 아름다움의 한 조각을 보호하거나, 새로운 대상을 만들어서 보충하는 행위다. 둘 중에서 보통 후자가 창조 행위로 높이 평가되지만 스캐리는 정의로움의 관점에서 보충과 보호는 동등하다고 말한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두 학자의 책을 꺼내 보면서 주말여행과 평일노동의 관계를 다시 이해했다. 주말여행에서 아름다움을 만나는 일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토요일이 지나가면 일요일이 오고, 그다음에 월요일이 온다는 사실은 굳건하다. 월요일에 사무실로 돌아가면 순정한 노동을 투입해야 할 교정지가 쌓여 있는 현실 속에서 주말여행은 평일노동을 버틸 땔감 아닌가. 그런데 아름다움의 경험은 나만의 고민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내가 하는 일에 새 빛을 비춘다. 이렇게 알게 된 것을 글로 써서 나누고 지금 편집하고 있는 책에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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