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이혼전문변호사 론스타 먹튀 도운 ‘모피아’…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점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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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11-22 15:20 조회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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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먹튀 사건이란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사건을 뜻합니다. 이 사건은 조진웅 배우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블랙머니>로 영화화되기도 했는데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되팔고, 한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하기까지의 타임라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불행의 시작은 1998년 IMF 사태입니다. 외환은행은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경영난을 겪게 되는데요. 2003년에는 외환은행 자회사였던 외환카드가 ‘카드대란(신용카드 발급 남발로 신용불량자가 급증한 사건)’ 직후 부실카드사 명단에 오르고, 현대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채무를 갚지 못하게 되면서(이른바 현대그룹 부실채권 사태) 경영이 더욱 악화됩니다.
이에 대주주였던 독일 은행 코메르츠방크가 외환은행 지분을 사모펀드에 팔게 되는데, 그 사모펀드가 바로 론스타입니다. 론스타는 1995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시작됐고, 지금도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계 사모펀드입니다. 국제금융기구, 공공연기금, 보험회사, 은행지주회사, 텍사스 석유재벌 등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는 폐쇄형 사모펀드로, 부실 회사를 싼값에 사서 비싼 값에 되파는 것으로 수익을 보는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합니다. 론스타는 노무현 정부때인 2003년 외환은행을 1조원에 인수합니다. 그리고 론스타는 이명박 정부때인 2012년 외환은행을 3조원이 넘는 수익을 남기고 하나은행에 4조원에 되팝니다.
론스타는 같은 해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면서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한국 정부가 6조원을 물어내라’는 취지의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합니다. 원래 론스타는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외환은행을 6조원에 팔려고 했는데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2003년 외환은행 자회사이던 외환카드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주식 일부를 소각하겠다는 감자설을 퍼뜨려서 주가를 떨어뜨린 혐의로 2011년 유죄 판결을 받음)을 이유로 매각 승인을 늦추면서 HSBC가 인수를 포기했거든요. HSBC가 제시한 인수금액을 토대로 손해배상액 6조원이 산정된 겁니다.
10년에 걸친 지난한 소송이 이어지고, ICSID는 윤석열 정부때인 2022년 론스타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달러(약 3200억원) 배상금을 물어줘야 한다고 결정합니다. 이 결정에 론스타와 정부 모두 불복해 취소신청을 제기했는데요. 그 결정이 지난 18일 나온 겁니다. 결과는 우리 정부의 ‘완승’이었습니다. 이자를 포함한 배상금 4000억원을 주지 않아도 되고, 우리 정부가 지출한 소송비 73억원도 론스타가 물어주라는 결정이 나온 것이죠.
우리 정부가 승소한 이유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달러를 물어주라고 한 원래 판정에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입니다. 원 판정에서는 ‘하나은행과 론스타간 국제상공회의소(ICC) 상사중재 판정문’이 주요 증거로 채택됐는데요. 한국 정부가 당사자로 참여하지도 않은 별개의 사건인데 주요 증거로 받아들여졌으며, 한국 정부가 이 증거에 대해 의견을 내거나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 받아들여진 겁니다.
론스타와의 22년간 이어진 질긴 악연에 ‘종지부’가 찍힌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근본적인 의혹이 남아 있는데요. 바로 ‘누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팔도록 주도했느냐’입니다. 일본의 골프장, 예식장 등 산업자본 계열회사를 보유하고 있었던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을 인수할 수 없었는데요. 당시 당국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인수 승인을 내렸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조작 논란도 남아 있습니다. 2003년 외환은행은 허둥지둥 팔아야 할 정도로 부실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1조원에 살 수 있었던 까닭은 BIS 비율이 원래보다 훨씬 낮게 조정됐기 때문입니다. 감독당국은 외환은행의 BIS 비율을 6.16%로 측정했는데요. 2006년 감사원은 2003년 매각 당시 외환은행 BIS 비율은 8%대 중반이라고 발표했었죠. 6%대 BIS 비율을 계산한 외환은행 허모 차장은 2005년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힐 길도 사라졌습니다. 관련자들은 사망한 허 차장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고요.
검찰은 이 사건을 경제관료와 은행장이 외환은행의 부실을 과장해 자산가치를 의도적으로 저평가하고, 론스타에 불법적으로 인수 자격을 부여한 업무상 배임 사건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른바 ‘모피아’(재정·금융 관료를 마피아에 빗대 이르는 말)가 론스타의 손발 노릇을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 건데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구속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1~3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게 됩니다.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했던 한 시민단체 대표(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공동대표)만 론스타로부터 문제를 제기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8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을 뿐입니다.
론스타 사태에 연관되어 있는 인물들은 승승장구했습니다. 당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서 외환은행 매각 실무를 주도하고,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관계자들이 모여서 헐값 매각을 논의한 이른바 ‘10인 회의’에도 참석했던 이가 바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입니다. 그는 2012년 론스타가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했을 당시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습니다.
김대중 정부 경제수석을 지냈던 한덕수 전 총리는 외환은행 매각 당시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었습니다. 김앤장은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이었고요.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한 전 총리가 2014년 ICSID에 낸 증인 답변서도 공개됐는데요. “한국사회는 외국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너무 강하다” “대한민국 국회와 국민, 언론 매체들이 모두 외국자본에 대해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이라 문제”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론스타에 매우 유리한 내용인데요. 노무현·윤석열 정부 국무총리를 모두 지낸 이가 작성한 것이 맞는 건지 두 눈을 의심케 합니다.
취소소송 승소 결과를 두고 여야는 자신의 공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라고 치켜세웠고요. 취소소송을 제기한 2022년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숟가락 얹지 말라. 민주당이 소송 반대한 것에 사과하라”면서 역공에 나섰는데요. 전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이어온 소송 승소가 누구의 공인지는 무 자르듯 나눌 수 없겠지요. 누구의 공인지 따지기 앞서서, 외환은행이 헐값에 팔릴 때 제대로 된 감독을 하지 못하고 론스타를 오히려 두둔했던 감독당국의 철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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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새벽배송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새벽배송은 쿠팡의 심야 물류 배달 서비스로, 자정 이전에 물건을 주문하면 오전 7시까지 집 앞에 물건이 배송된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는 지난달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0시~오전 5시 배송 제한’을 의제로 올렸다. 새벽배송 기사들의 과로사가 계속되고 있으니 최소한의 노동자 수면, 건강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였다.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새벽배송 금지’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저마다 반론을 펼쳤다. 새벽배송이 없어지면 소비자의 선택권과 청년들의 일자리가 흔들리고, 기업의 혁신 성장이 저해된다는 것이었다. 뜨거운 반발에 노조도 “새벽배송을 완전히 금지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차 설명에 나설 정도였다.
지난 17일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노동자의 건강과 일자리가 대립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정작 가장 큰 이익을 얻고 있는 쿠팡은 빠져있다”라며 “이는 의도된 침묵”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및 가족 건강·실태조사, 면세점 노동자들의 건강위험 요인 등을 연구하고 문제를 제기해온 사회역학자다.
김 교수는 “우리는 쿠팡이 말하도록 해야 하지만 쿠팡 하나만을 규제해서 끝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배송 논쟁’은 혁신의 이름으로 점점 야간으로 들어오는 노동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그로부터 노동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이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 택배 노조가 ‘새벽 0시부터 5시까지 심야 배송을 제한하자’고 한 것은 심야 노동의 위험성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서비스 이용자와 현장 노동자들 중 일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새벽 배송 축소에 큰 거부감을 보였다. 많은 사람이 배송 서비스 축소에 거부감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지난 10년간 30배 정도 성장해 규모가 12조원 가까이 된다(2015년 4000억원→2024년 11조8000억원). 표면적으로는 기업과 노동자들, 소비자들까지 모두 다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영역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거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산업이다. 노동자들은 소득 측면에서 도움을 받고, 소비자들은 밤에 주문하면 아침에 오는 물건을 받을 수 있다. 그 편리함의 비용을 자신의 몸으로 치르고 있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제외하면, 동화 같은 이야기다. 이 상황에서 새벽배송 축소 논의는 모두에게 불편하게 들릴 수 있다.”
- 심야 노동의 위험성을 말하자, 왜 ‘쿠팡만’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많았다. 치안·의료와 같은 필수노동을 제외하더라도 제조업 분야의 2·3교대 야간노동은 이미 존재한다.
“쿠팡을 포함한 모든 야간노동이 자연스러운 노동의 형태가 아니라는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호모 사피엔스 인류의 역사를 약 30만 년 정도로 잡는데, 야간 노동을 한 기간은 그중 150년 정도밖에 안 된다. 수십만 년 동안 인류는 밤에 잠을 자며 회복을 하고 낮에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높은 확률로 살아남도록 진화해왔다. 그러나 1880년대 후반 전기 조명이 발명되고 나서 20세기 들어서야 종사자들의 규모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의 99.9%의 시간 동안 인간은 밤에는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야간노동과 몸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추락이나 화학물질 노출과 같은 전통적인 산업보건 유해인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20세기 내내 사람들은 야간 노동이 발암 물질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연구들이 쌓여 건강 위협에 대한 근거가 처음 국제적으로 공표된 것은 21세기인 2007년이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07년에 야간노동을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다)
그런데 이런 건강위험요인은 수면 장애와 달리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감각적으로 느끼기 어렵다. 한 사회에서 흡연량이 정점에 오르면 35년 후에야 폐암으로 인한 사망이 정점에 오른다. 암 발생 과정에서 노출인자가 질병을 일으키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야간노동의 청구서는 수십년 뒤에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 모든 야간노동이 문제인데, 쿠팡 새벽배송을 따로 이야기해야 하는 노동의 특성이 있나.
“쿠팡의 새벽배송은 ‘인센티브 기반(pay-per-piece)’ 임금 구조라는 점이 위험성을 키우는 중요한 요인이다. 일부 배송기사는 고정급을 받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고정급이 아니라 건당 수수료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는 ‘피스 레이트(piece-rate) 급여’ 형태로 일한다. 이 방식은 과로를 유발하는 방식이다.
이에 더해 쿠팡은 지난 몇년 간 건당 단가를 낮추고, 배송 물량을 더 주겠다는 방식을 취해왔다. 더 빨리, 더 많이 일하도록 압박하는 구조다.”
- 기존에도 인센티브 기반 노동 형태는 흔하게 있었다.
“쿠팡은 머신러닝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일 배정을 시키는 플랫폼 노동이라는 특성이 더해진다. 그래서 극한까지 노동을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저희 연구팀에서 분석한 심층 인터뷰 사례가 있다. 한 노동자가 겨우겨우 자신에게 할당된 양을 배송하고 나면, 알고리즘은 그 사람을 ‘이 정도 양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그러면 더 많은 일이 배정된다. 심지어 숙련된 노동자가 한 번 특정 지역에 가서 배송을 마치고 나면, 그 지역에 배정되는 물류량 자체가 늘어난다. 알고리즘은 오직 수학적 최적화를 우선시하는 경영을 하고, 그게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플랫폼 노동은 주간에도 있는데, 야간이라 더 문제가 되는 것인가.
“야간 플랫폼 노동은 모두가 자는 시간에 혼자 일하는 이들이 그 고립감으로 인해 교통사고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혼자 일하는 것이 편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인지적인 역량 감소로 더 위험해지는 것이다.
밤에는 차가 없어서 운전하기 편하다고 생각다고만 생각하는데, 그 지역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어두워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앱을 보고 움직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골목길마다 주차된 차나 문턱 같은 지형물을 보지 못하곤 한다.
노동을 마친 이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주거 조건이 열악하거나, 야간에 일을 하고 주간에 ‘투잡’을 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야간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맥락을 지워버리고, 야간에 일하고 주간에 자면 된다고만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이야기다.”
- 야간 플랫폼 노동의 건강위험에 대해서는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많이 이야기되지 않은 것 같다.
“새벽 배송을 하는 사람들이 지난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증가했는데, 그에 비해 이들에 대한 연구는 극히 부족한 상태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새벽배송이 가장 먼저 시작된 나라 중 하나인지라 참고할 수 있는 외국의 선행 연구도 매우 드물다. 건강 위험요인 자체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지만, 새벽배송 노동자들이 낮에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우리 사회가 이 변화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기 전에 변화가 너무 빠르게 온 것이다.”
- 새벽배송은 기존에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다. 고정된 작업장과 사용자 특성을 위주로 만들어진 기존의 노동 관련 법을 그대로 적용하기엔 한계가 커 보인다.
“2016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리프트(Lyft·우버와 같은 승차공유 플랫폼) 드라이버들이 ‘우리는 독립계약자가 아니다. 직원이다’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다. 회사는 드라이버 지위를 ‘직원’으로 바꾸지는 않았지만, 법정에서 합의금(1225만달러)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났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20세기의 전통적인 노동법으로 21세기 노동을 설명하거나 규제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내용이 있다. 판결문에서는 그 이야기를 하며 “네모난 막대를 두 개의 동그란 구멍에 억지로 넣으라는 것과 같다”는 비유를 들었다. 한국뿐 아니라 공통적으로 놓여있는 환경이다.”
- 기존 노동법에 한계가 있다면, 무엇을 근거로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가.
“기존 규제에 끼워 맞추기 어렵다고 하는 것이, 우리가 이것을 ‘미지의 영역’으로 내버려 둘 만큼 모른다는 의미는 아니다. 야간 플랫폼 배달 노동자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해도, 야간 노동과 플랫폼 노동과 배달노동에 대한 연구는 충분히 쌓여있다.
무엇보다 일단 다치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든 보호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산재보상법은 1884년 프로이센에서 제정될 때부터 ‘무과실 책임주의’를 원칙으로 했다.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 묻지 않고,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면 보상한다’는 것이다.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치료와 보상을 받지 못해 빈민이 되는 상황을 막고, 사업주들이 납부하는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작업 환경 안전에 투자하게 만들려 했던 역사적 기획이었다.
사고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과 보상을 위한 산재보험 모두 노동자 개인이 아니라 자원과 힘을 가진 사업주가 일차적으로 책임지도록 설계되었다. 실은 그것이 한 사회에서 노동자가 다치거나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의 야간 플랫폼 노동은 그 발전 방향과 배치된다. 위험을 개인에게 넘긴다.”
- 지금은 새벽배송 제한이 마치 소비자의 권리 침해와 같은 구도로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다면,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쿠팡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지만, 저는 이 문제가 특정 기업을 규제하는 문제를 넘어선다는 점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하면 좋겠다. 앞으로 일자리와 관련된 많은 혁신은 쿠팡의 새벽배송이나 런드리고(플랫폼 노동 기반의 옷 세탁 서비스)처럼 플랫폼의 형태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노동형태를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기업의 혁신이니 존중한다’가 아니라, 혁신의 이름으로 더 많은 노동자를 야간에 일하도록 밀어넣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꾸준히 진행되면, 이 사회가 지속가능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저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노동자 보호를 위해서는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기업도 움직인다. 노동자들끼리 이토록 싸우고 소비자들은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서비스를 쓰고 있는데, 기업주들은 침묵하고 있지 않나. 그들에게 2025년 대한민국은 그래도 되는 무대이고, 그 침묵은 의도된 것이다.”
- 캘리포니아의 사례에서 보듯 해외에서는 한국보다 앞서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호할 방안에 대한 제도들이 나온 것 같다. 한국에서도 참고해서 논의할 만한 것들이 있을까.
“유럽연합(EU)이 2024년에 만든 ‘플랫폼 노동자 지침(Directive 2024/2831)을 보면, 플랫폼 회사들이 노동자를 평가하고 업무를 분배하거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알고리즘 원칙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다. 플랫폼 기업이 사용하는 자동화 의사결정 시스템이 노동자의 임금과 작업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업은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과 기준을 노동자와 노조에 설명해야 하고 불리한 자동 결정은 사람의 개입으로 재검토할 수 있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뉴욕시는 2024년 4월부터 앱(플랫폼) 기반으로 음식배달을 하는 배달노동자들에게 최소 시급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었는데, 대기시간까지도 근로시간에 포함되도록 했다.
어찌보면 급진적으로 보이는 이런 조치들을 국가기관이 적극적으로 취하는 이유는 그게 아니면 노동자들에게 그 안전의 비용을 치르게 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굳어져 새로운 상식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는 우리는 함께 살아남을 수 없다. 아직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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